올 1∼3분기 상장기업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성장추세가 크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상장기업들은 순이익의 대부분 을상반기에 벌어들였다. 분기별 순이익을 보면 1분기 8조7,241억원, 2분기 7조107억원, 3분기 4조7,335억원 등으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분기별 실적은 분석 보고서상의 1∼9월치에서 1∼6월치를 빼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매출액과 경상이익도 2분기 대비 각각 1.58%(1조8,680억원), 31.84%(3조674억원) 줄어들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달러 약세로 수출 회복세가 지연될 경우 내년도 수익 전망도 극히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원화 절상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하면서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익성 개선추세 둔화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수익성은 대내외 경제여건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기아자동차(-61.55%), 호남석유화학(-65.89%), INI스틸(-83.48%), 삼성SDI(-21.21%), 대한항공(-47.95%) 등의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크게 줄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표적인 내수주인 현대백화점(-61.03%), CJ(-49.49%), 하이트맥주(-22.0%) 등도 타격을 받았다. 반면 LG전선(96.55%), 신세계(8.80%), 제일모직(20.03%), 롯데제과(11.80%) 등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의 매출액은 112조6,66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366조1,571억원의 30.8%나 됐다. 특히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15조5,849억원으로 전체 순익 21조8,508억원의 72.1%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유통업(364.62%), 기계(179.02%), 화학(170.32%) 등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섬유의복은 71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통신업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반도체, 자동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통신업(13.88%), 전기전자(12.80%), 운수장비(9.21%) 등이 크게 증가했다.
■상장사 27%,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아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올 1∼9월 12월 결산기업 503개(금융업 등 제외)의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1' 미만인 곳이 영업손실을 낸 63개를 포함해 138개(27.4%)나 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부채 감당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만한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12월 결산 상장기업 중 138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셈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은 곳은 365개(72.6%)였다. 특히 남양유업, 라보라, 신도리코, 일정실업, 제일기획, 퍼시스, 한국쉘석유, 한국유리공업, LG애드, SJM 등 10개사는 이자비용(금융비용)이 전혀 없었다.
올 1∼3분기 상장기업의 총 이자비용은 8조6,077억원(1개사 당 1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7% 증가한 26조2,490억원을 기록, 이자비용보다 3.05배 많았다. 또 금융비용 부담률은 3.48%에서 2.48%로 떨어졌다.
■제조업 선전, 금융업 고전
제조업은 반도체, 휴대폰 등의 수출 증가와 구조조정을 통한 적자폭 축소로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49.59% 급증한 20조6,4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6% 늘어난 347조6,448억원, 영업이익은 18.68% 증가한 26조2,490억원이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지난해보다 각각 1.04%포인트, 4.20%포인트 늘어나 수익성이 지난해 동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업(13개사)은 가계대출 연체가 늘어난 데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순이익이 오히려 지난해 동기보다 7.58% 감소한 1조2,080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0.69%포인트 증가한 9.39%를 기록했지만, 순이익률은 0.54%포인트 줄어든 6.53%였다.
기업별로는 전체의 83.91%인 433개사가 흑자를 기록했고 적자는 16.09%(83개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적자였던 한신공영이 건축경기 호황에 힘입어 4,2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사 중 순이익 규모가 가장 컸다.
반면 갑을(-1,762억원), 진흥기업(-586억원), 신원(-573억원), 건영(-335억원) 등은 적자로 돌아섰다.
■10개 그룹 순이익 120% 증가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19개 가운데 공기업과 기업 분할이 많았던 LG그룹을 제외한 삼성, SK, 현대차 등 10개 그룹의 순이익은 11조3,10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9.48% 증가했다. 삼성, SK 등 상위 5개그룹 매출액은 196조8,526억원, 순이익은 12조2,168억원으로 상장사 전체 매출액의 53.8%, 전체 순이익의 55.9%를 기록, 편중 현상이 심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순이익은 102.68% 급증한 6조6,071억원으로 10개 그룹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SK로 지난해 동기보다 125.17% 늘었다.
지난해 적자였던 한진(3,857억원), 금호(828억원), 현대중공업(796억원)은 흑자 전환한 반면, 현대(-827억원), 한화(-308억원) 등은 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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