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에 강인한 민족혼과 기개를 일깨웠던 '마라톤영웅'이여, 고이 잠드소서…."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고 손기정(孫基禎)옹의 영결식이 17일 오전 대한올림픽위원회(KOC)장으로 거행됐다.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러진 영결식은 장의위원장인 이연택(李衍澤) KOC 위원장의 조사, 헌화 및 분향, 발인 순으로 진행됐으며 유족과 체육계 인사, 일반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 위원장은 조사에서 "근대사의 영욕을 온 몸으로 부딪치면서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한국체육발전을 위해 달려오신 선생님의 숭고한 뜻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외손자 이준승씨가 영정을 앞세우고 마라톤 후배 황영조(黃永祚)씨가 체육훈장 청룡장을 들고 전기영(유도), 김영호(펜싱), 오교문(양궁), 박시헌(복싱), 안재형(탁구), 차영철(사격), 김경훈(태권도), 박장순(레슬링) 등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운구를 맡았다.
영결식을 마친 장의 차량은 잠실 올림픽공원에 도착, 묵념과 살풀이 춤으로 넋을 달래는 노제를 마친 뒤 올림픽 주경기장을 돌아 연도에 나선 시민들의 애도 속에 옛 양정고 터인 '손기정기념공원'으로 이동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기념공원에서 양정고 후배들은 우렁찬 응원가로 고인의 기개와 감격을 되새기며 또 한차례 노제를 지냈다. 공원을 찾은 200여 시민들은 "우리 민족의 가슴에 희망의 불꽃을 던졌던 영원한 보물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해는 손옹이 직접 옮겨 심은 공원내 아름드리 월계수 아래를 지나 대전으로 옮겨져 이날 오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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