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가 17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세부 절차에 완전 합의, 대선구도가 양자 대결로 급변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선거 판세는 물론 제세력의 이합집산이 한창인 현 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지금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 단일후보가 누구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다. TV토론회 및 여론조사 등 단일화 과정에 대한 여론의 관심, 단일화의 극적 효과, 그리고 단일후보가 일으킬 '세대교체' 또는 '변화'의 바람까지 감안하면 파괴력이 현재의 예측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를 통한 반창(反昌) 세력의 결집은 '반(反) DJ정서=정권교체론'에 다시 불을 붙여 오히려 이 후보의 입지를 강화하는 반작용을 부를 개연성도 있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측에는 단일화가 불러올 수 있는 역풍에 해당한다. 이 경우 이 후보의 주요 기반이면서도, 지지율이 50∼60%대에 머물고 있는 영남 지역의 표 결속력이 더욱 커지리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결국 정권교체와 세대교체 슬로건 중 어느 쪽의 흡인력이 더 강한지가 맞대결의 향배를 결정할 전망이다. 아울러 화력이 한명의 상대에게 집중돼 잠시 수그러졌던 극한 공방과 네거티브 싸움이 재연할 공산이 크다.
다음으로, 가시권에 들어 온 후보 단일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세 확산 가속화는 이른바 '제3 세력'의 역할 공간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시작으로 자민련과 민주당 수도권 출신 일부 의원의 영입으로 맞불을 지필 태세다. 또 대다수 민주당 탈당파는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주말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단일화 협상을 지켜보기로 했다. 때문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 대통령후보 등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또는 중부권 신당 창당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도 이 후보든, 단일 후보든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단일화가 무산돼 3자 구도가 유지되면 이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하지만 이 경우 단일화 무산의 '후폭풍'에 따른 대선구도 재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즉, 단일화 과정이 모두 공개되는 만큼 결렬의 책임이 크다고 여론이 판단하는 쪽이 치명적 상처를 입거나, 완연한 3위로 밀려나 중도 사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대선구도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지금의 상태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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