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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갱년기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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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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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간 큰 남자'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젊은 시절 큰소리치던 남성이 중년이 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소외돼 가는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갱년기 장애를 앓는 남성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폐경과 함께 여성에게 갱년기 증세가 나타나는 것처럼,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점점 줄다가 40∼55세에 현저히 감소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되고 대인관계와 부부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대부분 단순 노화로 여겨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갱년기, 여성 전유물 아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40대 이후 매년 1.2%씩 줄어들다가 70대에는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54세 남성의 여성호르몬 농도가 59세 여성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남성 호르몬 감소를 촉진시키는 주요 요인은 노화와 음주, 흡연, 스트레스, 비만, 영양결핍, 수면·운동부족 등이다. 특히 만성적인 음주 습관은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주범.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짙어지는 것도 남성 갱년기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다. 남성 갱년기 증상의 첫 신호탄은 대개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40대 이후 남성의 80% 이상이 성욕 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성관계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인 상상력이나 환상도 시들해진다. 심하면 발기부전이나 발기불능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밖에 신체 활동의 저하, 복부 지방 증가, 체지방 감소, 피부탄력 감소, 식욕 저하, 불면, 체모 감소, 근력 저하 등도 갱년기 장애 현상이다. 심지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다공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단순노화 인식말고 적극치료를

남성 갱년기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이를 자연적인 노화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족해진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보충요법. 소량의 호르몬제를 먹거나 주사, 패치제 등으로 남성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방법이다. 호르몬 주사를 2∼4주마다 한 번씩 6개월∼1년 정도 맞으면 정신적인 안정감 회복과 함께 성욕 및 골밀도 증가, 근력 향상, 뱃살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배철영 교수는 "남성 갱년기 환자 275명에게 6개월간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실시한 결과, 피로감,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계산 및 학습능력 저하, 우울증 등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 전립선과 심폐기능이 약해지고 수면 중 무호흡증이 악화되며, 여성형 유방이 생기거나 여드름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호르몬 보충요법을 실시하기 전에는 전립선과 간기능 검사, 말초 혈액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운동을

식습관 개선이나 적절한 운동도 남성 갱년기 장애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강서미즈메디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부장은 "하루 100㎎의 아연과 함께 100∼200㎎의 비타민 B6를 복용하면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성분을 많이 함유한 식품으로는 굴, 갑각류, 간, 해조류와 땅콩, 호두, 고등어, 참치 등이 있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복부 비만이 되면 아로마타제라는 효소의 작용이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갱년기에 적합한 운동은 아령·역기 들기, 팔 굽혀 펴기, 턱걸이 등 노화를 억제하고 체력을 키워주는 근력 운동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50대이후 근육 크게 감소 아령·역기 반복운동을

나이가 늘면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신체의 퇴행현상. 근육이 쇠퇴하고 관절이 경직되는 것은 물론이고 뼈도 많이 약해진다. 특히 근육은 20∼50세에는 10년 단위로 4%씩, 50세 이후에는 10%씩 감소한다. 이처럼 근육이 감소하면 신체활동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쉽게 피로해진다. 따라서 갱년기에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일산백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는 "근육운동은 인대의 장력을 향상시키고 연골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해 관절이 퇴화하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를 증진시키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피로감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운동요령도 간단하다. 아령이나 역기 등 같은 동작으로 반복해서 들 수 있는 기구를 선택, 30초 운동하고 30초 휴식하면서 30∼50분 정도 계속하면 된다. 또 매일 하는 것보다 상체와 하체 운동을 하루씩 걸러가며 주 3회 정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게다가 이런 근육운동은 심장병환자나 척추질환자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어 돌연사나 골절의 위험이 많은 중노년층에게는 더 없이 좋다.

/권대익기자

■남성 갱년기 자가 진단표

1. 전반적으로 몸이 편안하지 못하다.

2. 뼈마디와 근육이 아프고 시큰거린다.

3. 이유없이 식은 땀을 많이 흘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4. 잠을 잘 자지 못한다.

5. 자주 피곤하고 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6. 공격적이며 작은 일에도 쉽게 당황해 한다.

7. 짜증이 잘나고 예민해진다.

8. 왠지 불안하다.

9. 몸이 축 쳐지고 피곤하다.

10.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떨어졌다.

11. 기분이 가라앉고 괜히 울적하다.

12. 이제 인생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13. 감정이 다 소진된 기분이 든다.

14. 수염이 잘 자라지 않는다.

15. 성생활 횟수가 줄었다.

16. 아침에 성기가 발기하는 횟수가 줄었다.

17. 성욕이 감퇴했다.

각 항목마다: 증상이 없음(1), 조금 있다(2), 보통이다(3), 심하다(4), 매우 심하다(5)

점수 합계가 17∼26점: 정상, 27∼36점: 갱년기 초기, 37∼49점: 중등도 갱년기, 50점 이상: 심한 갱년기(치료가 필요) <자료:분당차병원 남성갱년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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