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7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후보단일화 합의에 대해 청와대 기획설과 '자리 나눠 먹기' 밀약설을 제기하며 성토하는 한편 반창(反昌) 연대 가시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이날 부산 MBC토론회에서 "정치적 성향, 배경, 정치 이념 등이 전혀 다른 두 후보가 오로지 나를 이기려고 연합하겠다는 것"이라며 "5년 전의 DJP 연합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난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치 부패 세력과 경제 부패 세력의 야합은 또 하나의 나눠먹기 정권을 만들어 보겠다는 청와대 연출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여론조사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을, 진 후보가 총리를 맡고 장관직도 절반씩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일화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 전략은 'DJ 양자(養子)론'을 내세워 '정권교체냐, 부패정권 연장이냐'를 묻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특별 당보와 홍보물 제작·배포, 의정보고회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노·정 두 후보의 TV토론을 제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과 함께 단일화 추이에 따른 '음모·야합 증거'의 공개도 검토하고 있다.
장기 대응책과 관련한 노·정 두 후보의 저울질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후보 지지층의 속성으로 보자면 노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와 있다. 내부조사 결과 노 후보로 단일화되면 정 후보 지지층의 20%가 이 후보 지지로 '전향'하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10%만이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 감각 상 노 후보가 더 어려운 상대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조직과 국민 경선 후보라는 명분, 지지율 상승세 등을 고려한 결과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까지 "정 후보로 이미 결론이 난 것"이라던 한 핵심 당직자는 오후 들어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공개되자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것" 이라며 공격 대상을 바꿨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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