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교섭이 피랍생존자와 북한 내 가족의 거취 문제로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완전히 교착상태에 빠졌다.양국은 10월 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2년 만에 재개한 교섭에서 11월 중으로 우선 안보협의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측은 다음 국교 정상화 교섭을 11월 말에 열 것을 제안했고 일본측은 수일 내에 답을 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10월 15일 일본에 일시 귀국한 피랍생존자 5명이 체류 한 달을 넘겨 일본에 사실상 영구 귀국해 버리면서 북한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4일 "일단 5명을 북한에 귀환시키지 않으면 안보협의회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10일간 체류키로 한 약속을 일본측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돌려보낼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 등 일본측은 귀환불가는 물론이고 북한 내 가족들의 추가 일본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 일각에는 당초 북한측 요구대로 일단 5명을 일본 외무성 직원과 함께 귀환시켜 가족들의 일본 귀국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북한측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내 가족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5명 본인들도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가족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일본 정부가 양보할 기미는 없다.
일본측은 북한 내 피랍자 가족의 일본 귀국 허용 의사를 북한측이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다음 국교정상화 교섭 자체를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피랍자 소가(曾我) 히토미(43)의 주한 미군 출신 남편 찰스 로버트 젠킨스(62)가 평양에서 두 딸과 함께 아내에게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인터뷰가 실린 '주간 금요일'이 15일 일본에서 발매돼 양측의 선전전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양측은 이들의 거취와 다음 교섭 일정 등을 놓고 물밑 교섭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가 12월부터 대북 중유 공급을 중단키로 하는 등 정세가 악화하고 있어 타개 전망은 밝지 않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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