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故) 손기정(孫基禎)옹의 빈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에 그가 민족의 가슴에 지폈던 희망의 불꽃을 얘기하며 영원한 체육인으로 살았던 고인의 별세를 애도했다.■체육인들 오열
이날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黃永祚·32)씨는 "이렇게 바삐 가실 줄 알았으면 밤새워 할아버지 곁을 지킬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봉주(李鳳柱·32)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사셨으면 금메달을 바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고인의 지도 아래 1950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함기용(咸基鎔·72)씨는 "평소에는 너무나 인간적이었지만 훈련에 있어서는 호랑이 같은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박용성(朴容晟) IOC 위원은 "더 건강하셔서 후배들을 키우기를 바랐는데…"라며 안타까워 했고, 이대원(李大遠)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단순한 체육인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지주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대선후보등 각계서 조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과 조영달(曺永達) 교육문화수석을 보내 "민족혼을 일깨운 손옹의 족적에 대해 국민과 함께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고 전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성재(金聖在) 문화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최고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수여했다.
빈소에는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씨 등 대선 후보들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장재구(張在九) 한국일보 회장 등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들이 가득 찼다.
일반 시민들의 문상도 줄을 이었다. 손옹의 양정고보 후배라는 정준형(鄭俊炯·75)씨는 "한번도 만나뵙지 못했지만 '손기정의 후배'라는 것이 늘 자랑이었다"며 명복을 빌었다. 초등 5학년 아들과 빈소를 찾은 최윤화(39·강남구 개포동)씨는 "아이가 얼마 전 '야인시대'에 나온 손기정 선수의 얘기를 묻던 기억이 나 함께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일본 언론의 취재진도 몰려 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역대 금메달리스트들이 운구 예정
17일 오전 9시 영결식 후 고인의 유해는 올림픽공원에서 노제를 지낸 뒤 잠실올림픽주경기장과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기념공원(양정고 옛터)을 거쳐 대전현충원으로 향한다. 운구는 황영조, 전기영(유도), 김영호(펜싱) 등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맡는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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