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정기국회가 14일의 본회의를 끝으로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채 문을 닫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염두에 둔 정쟁으로 일관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기국회였다. '국회가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회의를 국민에게 들게 한, 그래서 정치적 냉소주의를 더욱 만연시킨,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국회였다.근거도 분명치 않은 의혹들을 제기하고 나서는 국정감사니 특별검사니 하면서 막가파식의 정치공세로 회기의 대부분을 보냈다. 급기야 욕설과 멱살잡이까지 연출하는가 하면, 막판에 가서는 졸속 심의한 법안들을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하고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추태도 빚었다. 이 또한 여론의 질타를 받자 재의결한다면서 이번에는 대리투표로 말썽을 빚는 등 '통법부'(通法府)로서의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폐회를 겨우 1주일쯤 남겨놓고 심의에 나선 개혁 입법들이 결국 무산된 것은 더욱 참담하다. 각 당이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던,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소위 '빅4'의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인사청문회법과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정치관계법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이 공약한 사안들조차 당내의 반발과 무관심 때문에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정기국회의 법률상 회기가 오는 12월 9일로 끝나지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올해의 경우 대통령 선거로 인해 일정을 단축했다. 정치권이 별도의 국회 일정을 합의만 하면 개혁입법을 다시 심의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다. 대선 후보의 뒤나 졸졸 따라다니지 말고 제 할 일부터 잘 챙기라고 '의원 나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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