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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은자들 /도연명·이백… 중국의 隱者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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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은자들 /도연명·이백… 중국의 隱者 열전

입력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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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니 리츠코 지음·김석희 옮김 한길사 발행·1만2,000원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극심한 경쟁을 펼치는 우리에게 자연에 묻혀 조용히 살아간 은자(隱者)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의 이마니 리츠코(井波律子·58) 교수가 쓴 '중국의 은자들'은 신화와 전설의 시대부터 청에 이르기까지 무위자연(無爲自然)한 중국 은자의 세계를 담고 있다.

풍부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한(前漢) 무제 때 궁정을 은둔지로 보고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한 동방삭(東方朔), 위 왕조가 진 왕조로 바뀌는 교체기에 무위자연을 좌우명 삼아 현실에 등 돌리고 자신의 생활방식을 추구한 죽림칠현(竹林七賢), 명문귀족 출신인데도 일찍부터 중앙정치무대에서 내려간 왕희지(王羲之), 관리생활을 포기하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남긴 채 귀향한 도연명(陶淵明), 각지를 떠돌며 방랑의 일생을 보낸 이백(李白)이 책에 차례로 등장한다. 북송 초기의 시인 임포(林逋)는 서호 부근의 외딴 산에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사슴을 하인으로 삼아 살았으며 희곡작가 백인보(白仁甫)는 원이 중국 전역을 지배한 뒤에도 그 녹을 먹기를 거부하고 각지를 떠돌았다. 명말의 시인이자 서화가 서위(徐渭)는 아주 괴팍한 인물이었지만 만년에 글과 그림을 팔아 생계를 꾸리며 세간과 담을 쌓았다. 청의 원매(袁枚)는 과거에 급제했지만 30대에 관직에서 물러나 50년간 시를 지어 팔아 수입을 얻고 호화 정원을 유지하며 자유롭고 풍족한 생애를 보냈다.

이들은 삶이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는 점에서 기인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번잡한 삶이 싫어 은둔 생활을 한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뜻에 맞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고 은둔이라는 생존방식을 선택해 스스로 질곡 많은 삶을 살아간 이들은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강렬한 기백과 역동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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