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탈당한 후단협 의원들과 자민련이 교섭단체 등록을 재추진하고 있다. 양측은 대선에서의 캐스팅보트 행사 등 정치적 영향력 제고를 위해 두 번이나 이런 연대를 추진했으나 자민련 내부의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희망해 온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김종필(金鍾泌) 총재도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은 분위기나 양측의 태도가 많이 다르다. 양측은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인지 교섭단체를 '외길 수순'이라고 표현했다. 구심력이 약화하고 있는 후단협이나 최근 오장섭(吳長燮) 의원 등 3명의 탈당으로 벼랑 끝에 몰린 JP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정치적 동면이라 할 현재의 상태가 이어질 경우 고사(枯死)한다는 위기감이 커 정치적 생존 차원에서 교섭단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와 관련, 후단협 최명헌(崔明憲) 회장과 자민련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15일 교섭단체 구성에 재합의, 18일께 국회 등록을 추진키로 했다. 조 부총재는 "JP에게 결과를 보고해 '그렇게 하라'는 재가를 받았다"며 "주말에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은 후단협이 17명, 자민련이 10명이어서 한나라당행을 검토중인 일부 자민련 의원이 이탈해도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을 채우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이한동(李漢東) 하나로 국민연합 대표, 안동선(安東善) 의원 등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는 "일부 의원들의 이탈로 분위기가 바뀐 게 교섭단체 등록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내주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으로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차차 얘기할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JP도 이날 특보단 회의에서 "아직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앞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교섭단체 추진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JP는 "경제나 인간사나 바닥을 쳐야 올라가는 법"이라며 "우리 당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지만 아직 더 쳐야 하며 그 뒤에야 비로소 도약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탈당 등 어차피 겪어야 할 후유증은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나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마음을 비웠는데 무엇이 무섭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섭단체 등록에 성공해도 신당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고지원 등을 받으려면 무소속 구락부 형식이 아니라 단일 정당으로 선관위에 등록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통합 21의 후보단일화 협상 등 변수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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