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문들은 15일 손기정(孫基禎)옹 별세 소식을 베를린 올림픽 우승 사진과 함께 사회면에 크게 보도하고 체육면에 일대기를 따로 싣는 등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일본 언론은 전날부터 서울발로 손옹의 입원과 용태를 보도해 왔다.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장기 말소 사건'을 상세히 설명한 뒤 "베를린 올림픽 뒤 일본의 메이지(明治) 대학에 진학했지만 경기 출전을 금지당하는 등 식민지 지배 비극의 상징적 존재였다"고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그는 올림픽 우승으로 '민족의 영웅'인 동시에 '굴욕의 역사'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국이 일본의 통치 하에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일장기를 달고 달려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으로 잊을 수 없는 인물"이라면서 "올림픽 공식기록에 국적이 '일본'으로 돼 있는 것이 마지막까지 한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마라톤은 원래 헝그리 스포츠"라고 강조했던 고인의 빈한했던 스포츠맨 인생을 소개하면서 "일본 스포츠계에의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고인이 한국의 후진 양성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과 그 결실로 나타난 한국마라톤의 성과를 소개한 뒤 "일본의 육상 관계자들과도 깊은 친교를 가지며 일본에도 객관적인 시점에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육상연맹 아오키 한지(靑木半治·87) 명예회장은 "그분은 아시아 전체의 영웅이었다"면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라톤을 사랑하며 많은 의견을 들려주신 귀중한 분이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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