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위기에 놓였던 경제자유구역법(경제특구법)이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 현 정부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방안'이 가속을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노동계 등 이익 집단의 강력한 반발,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원상 복귀한 법안 내용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집단 이기주의와 정치적 고려에 밀려 '누더기'로 전락했던 법안 내용은 정부 원안의 취지에 근접하게 복귀했다. 법안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요건에 '국제공항·국제항만이 들어선 지역' 을 포함시키고 소규모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관한 조문을 삭제, 무분별한 경제자유구역 확산을 차단했다. 또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위촉위원에 노동계를 포함하는 각계 인사를 참여시키는 장치를 마련했다.
지역 민심을 등에 업은 의원들의 요구로 지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던 경제자유구역이 정부 원안 대로 통과된 것은 거센 여론의 비판 때문.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거액 외자유치 계약이 무산될 수 있는데다,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시간과의 싸움에 진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여·야는 14일 오전 간담회를 갖고 "초당적인 협력"에 합의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유치가 지자체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질 수 있고, 노동관계 법률 예외 인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정부안 대로 지정 기준을 엄격히 했다.
■경제자유구역 성공할까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 7월 이후 지정 조건을 충족하는 인천, 부산, 광양 등지가 우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방안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입주 외국기업에 대해 조세 감면과 노동 관련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이 부여되고, 외국인 학교와 병원 설립 등 생활 환경도 크게 개선되는 만큼 외자 유치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총파업에 돌입키로 한 노동계나 교육계, 시민단체 등 이익집단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노사 무분규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경제자유구역이 설립되더라도 어느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제도적 보장만으로는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종합 경쟁력이 동아시아 5개 지역 중 4위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숭실대 경제학과 류동길 교수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동일한 주거, 교육, 의료, 문화 환경을 갖춰 주는 등 지속적인 소프트웨어적 보완이 이뤄져야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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