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승용차를 마냥 금지할 수도 없고…. 그러자면 경유값을 올려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고….'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을 허용키로 가닥을 잡은 정부방침이 곳곳의 암초에 걸려 깊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환경부는 14일 경유승용차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경유값을 휘발유가격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운전자, 운수업계 등이 볼멘소리를 높이고 정부 부처간에도 입장이 엇갈려 '경유승용차 논란'이 '경유가 인상' 논쟁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경유가 추가 인상쪽으로 가닥
환경부 고윤화(高允和) 대기보전국장은 14일 업무설명회에서 "현 경유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경유승용차를 허용하면 승용차 시장의 불균형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휘발유 가격의 85∼100%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혀 경유값 추가 인상 방침을 시사했다. 2006년까지로 예정된 '휘발유의 75%선 인상안'을 백지화하고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경유값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경유승용차 허용에 적극적인 산업자원부도 경유가 인상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자부 산하 산업연구원이 13일 에너지 가격 연구결과에서 휘발유와 경유가격 비율은 100대 80∼85%가 적정선이라고 발표, 이 방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비자, 운수업계 등 '안된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해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울상을 짓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의 강동윤(姜東允) 사무국장은 "경유값이 이렇게 폭등하면 경유승용차가 허용돼도 누가 타겠느냐"며 "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유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수송·화물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물업체의 한 임원은 "화물운송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서 경유값이 인상되면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대기업의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영세사업자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운송업계의 운임 비용이 상승하면서 버스요금인상 등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경유가 인상의 키(세율 인상)를 쥐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인상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정부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경유승용차 허용과 경유값 인상안은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우산장수, 소금장수'식의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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