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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8)사회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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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8)사회복지정책

입력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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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기준현대 사회복지는 시혜나 동정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과 삶의 질을 보장함으로써 인권을 신장해 나가는 사회적 기능을 한다. 따라서 모든 국민의 복지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중요하다. 검증의 기준은 각 후보간의 차별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첫째 정책의 구체성, 둘째 정책의 일관성, 셋째 정책의 적절성과 포괄성, 넷째 정책의 실현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했다.

■복지관과 정책기조

성장과 효율을 중시하는 이회창 후보는 복지가 경제 효율성 증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수정자유주의형 복지관을 갖고 있다. '지속 가능한 따뜻한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복지권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분배와 형평을 강조하는 노무현 후보는 적절한 재분배는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입장이다. 사회 연대를 강조하는 독일의 복지모델을 선호하면서 '함께 하는 참여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어 복지권 의식은 강한 편이다.

정몽준 후보는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룩하면서, 경제성장에 걸맞는 사회복지 실시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발적 근로참여를 통한 복지참여론을 펴고 있기 때문에 수정자유주의형 복지관에 가깝고 복지권 의식은 약하다. 권영길 후보는 평등사회, 서민복지를 대선 공약의 기조로 내걸었다. 핵심은 빈부격차 및 남녀, 지역, 학벌, 세대 등 모든 영역의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가장 전형적인 사회민주주의형 복지관을 보여 주며, 복지권 의식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사회 여건 상 실현 가능성 여부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보험

사회보험의 내실화와 관련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 등이 가입에서 제외되어 있는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문제와 재정문제가 정책의 주 관건이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 이회창 후보는 비정규 노동자의 사업장 가입에 유보적 입장을 취한다. 반면 나머지 세 후보는 영세사업장 및 비정규 노동자를 사회보험 대상자로 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험료 보조에 대해서는 네 후보 모두 찬성하고 있다.

고갈위기에 처한 연금 재정 문제와 관련하여 이 후보는 국민연금 수급구조를 저부담-고급여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로 개선하고, 본인부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 후보는 기금 고갈문제에 대한 종합대책 수립을 주장하면서 국가부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정 후보는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되, 국가부담을 천명하고 있다. 권 후보는 사회 연대와 평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별, 계층별, 분야별로 분화되어 있는 4대 사회보험을 단일한 국민보험으로 통합할 것을 주장하며, 국가부담을 가장 강력히 주장한다.

■저소득층 기초생활보장

각 후보들은 모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대상자 수를 늘려 공공부조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특히 이 제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이 후보가 지지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 특이하다. 다만 저소득층의 의료급여 혜택을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낮추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네 후보간 차이는 없다. 최저생계비 계측방식과 관련, 현재의 절대계측방식을 상대적 방식으로 바꾸는 것에 대하여 이회창 후보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노무현 후보는 소비지출과 연계하는 상대계측방식으로 바꾸고 지역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차등화할 것을 주장한다.

정몽준 후보는 상대계측방식으로 바꾸는 데는 반대하지만 지역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차등화할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권 후보의 경우 구체적인 최저생계비 계측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를 볼 때 노 후보가 가장 저소득층 기초생활보장의 적절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노령화 사회 대책

노인세대에 대한 복지대책을 보면, 이회창 후보의 경우 다양한 노인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경로연금을 받지 못하는 일반 노인을 위한 무갹출 노령연금 도입에는 유보적이다.

노무현 후보는 노인종합정책과 관련하여 대통령 직속의 노인대책특별위원회 구성과 노인대책기본법 제정 방침을 밝혔으며, 무갹출 노령연금 도입에 찬성하였다.

정몽준 후보는 무갹출 노령연금 도입에는 유보적이지만 고령화 사회 대책위원회 구성, 고령화사회 종합대책법 제정, 연령차별금지법 도입 및 고용자촉진법 개정 등 법제도의 정비를 밝히고 있다. 또 노인복지 예산을 정부 예산 대비 0.35%에서 1%로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포괄적으로 노인취약 집단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확대를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노령화 사회대책 측면에서는 정 후보가 가장 구체성과 일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아동복지 정책에서는 이회창 후보만이 구체성을 띠고 있다. 장애인복지와 관련해서는 네 후보 모두 장애인수당을 저소득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금액도 인상하며, 예산반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장애보호수당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네 후보 모두 투표권이 없는 아동대상의 정책보다 장애인복지에 상대적으로 힘을 더 쏟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거보장

이회창 후보는 서민주거대책을 강조하면서 '영패밀리 정책'의 일환으로 분양가 30% 인하, 주택보급률 110% 확보, 5년간 230만호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조달과 택지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주거문제와 관련하여 투기억제 의지를 천명하고 있으며, 주택정책에서도 중대형은 시장원리에 맡기고, 서민주택에 대한 정부의 직접개입을 강조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분양가 50%인하, 국토 2%의 택지전환 등 세부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투기억제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5대 민생보호 365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월세 인상률 5%안정,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투기억제를 통한 서민내집마련 대책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성이 떨어진다.

■복지예산

복지예산 규모를 보면 이회창 후보의 경우 임기내 정부예산 대비 10%를 유지, 10년 이내에 12%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노무현 후보는 정부예산 대비 17∼20%, 정몽준 후보는 15%, 권영길 후보는 20% 대로 끌어올릴 것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분야 예산이 전체 예산의 7.5%인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가 비교적 인색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보는 2010년까지 OECD수준인 GDP대비 12%로 끌어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복지예산 재원확보 방안과 관련하여 이 후보는 증여와 상속세 엄정부과와 누진세 확대를 주장하며, 노 후보는 부동산과표 현실화, 상속세와 증여세의 강화 등에 의한 조세정의를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누진적인 조세제도를 활용하고, 목적세인 복지세 내지 사회보장세의 도입 검토를 주장했으며, 권 후보는 10억원 이상의 자산소유자 약 2만 내지 5만명을 대상으로 일부 유럽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유세'를 연간 11조원 가량 걷어 이를 활용하겠다고 공약한다.

정책의 현실가능성과 구체성을 볼 때, 노 후보와 정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총평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정도는 권 후보, 노 후보, 정 후보, 이 후보의 순서로 나타난다. 특히 재원 확보라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을 제시한 후보는 권 후보이다. 부유세 도입은 실현가능성은 떨어지지만 복지권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현가능성과 국가책임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 구체성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성이 돋보이는 것은 노 후보이다. 사회민주주의형 복지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책 프로그램은 수정자유주의형으로 혼재해 있는 문제점은 있지만 복지권의 실현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이 후보는 성장과 복지의 병행 추진과 함께, 근로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명히 강조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개인책임을 원칙으로한 국가지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복지권 의식이 약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공약보다는 분명히 전향적이다.

정 후보는 이 후보와 비슷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떨어진다. 복지를 권리로 보기보다 시혜나 동정으로 보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네 후보들은 모두 국가복지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만큼 복지는 저소득층 및 서민층이 맞물려 표를 얻는데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조흥식(曺興植)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

·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부학장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핫이슈 / 고갈위기 국민연금

사회복지 분야의 '뜨거운 감자'는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1988년부터 도입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구용역을 통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 9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2010년 최대 249조원까지 늘어나지만 노령인구 증가로 연금지급이 늘어나면서 2034년부터 단기적자를 보이고 2048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가입자가 노후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바닥난 재정을 빚으로 막고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밖에 없게 된다. 국민연금이 현재 2조원대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파탄 이상의 메가톤급 사회문제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고갈위험은 '저부담-고지불' 구조 때문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직장가입자가 9%, 지역가입자가 6%로 평균 15% 이상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반면 연금지급은 가입자 월 평균소득의 60% 수준에 달한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경우 연금고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연금보험료와 연급지급액 조정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재의 직장·지역가입자의 보험료율(9%)은 2009년까지 유지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2010년 이후 국민연금 조정안에 대한 국민연금법 개정이 당장 내년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의 특성상 노령인구증가의 속도와 연급지급규모의 확대에 따른 장기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연금체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가입자(988만)의 경우 43%인 425만명이 실업자 등으로 납부예외자로 돼 있어 두자리수 이상 보험료율 상향조정은 형평성 문제나 가입자의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상당수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적정부담-적정지급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도에 2010년이후 연금체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면을 감안하면 추상적이고 듣기 좋은 소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보험료 부담을 늘릴 것이냐, 아니면 연금지급을 낮출 것이냐는 선택과 함께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후보들은 아예 국민연금의 근본 골격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 권영길후보는 소득에 비례한 연금지급이라는 현재의 단일 체계를 개선,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이라는 이원화 안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후보는 기초연금을 본인부담으로, 정·권후보는 조세형태로 하자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어떤 방식이든 추진과정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현재의 단일체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정책을 만든 사람들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사회복지 분야 공약은 이회창 후보의 정책특보단이 큰 틀을 세우고, 당 정책위 관계자들이 살을 붙였다. 학계에서는 김용하(金龍夏) 순천향대 교수, 김진선 인제대 교수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 보건복지위 소속인 심재철(沈在哲) 제3정조위원장, 윤여준(尹汝雋) 의원, 이원형(李源炯) 의원 등은 공약의 현실적인 타당성 등을 집중 검토했다.

미국 UCLA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이혜훈(李惠薰) 정책특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당 안팎의 의견을 조율했다. 실무 작업은 고경화(高京華) 수석전문위원이 맡았다. 당내 인사와 개인적 인연을 갖고 있는 국책연구소의 전문가들도 수시로 정책 자문에 응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사회복지 정책은 의원들과 전문가 집단이 '전국민 복지' 개념을 개발, 완성했다.

공약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김성순(金聖順) 의원. 당내서 알아주는 복지문제 전문가인 김 의원은 의욕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실무진을 이끌었고 간호사 출신인 김화중(金花中) 의원도 전문성을 발휘했다.

특히 기초생활, 노인, 아동 등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 청취를 위해 각 분야 전공 교수 20여명에게 자문을 받으면서 공을 들였다. 또 국내 복지 관련 연구소 5곳에는 수시로 연락을 하며 공약을 자체 검증하기도 했다. 정책개발의 실무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이상구(李相九) 보건 분야 전문위원과, 서울시의원 출신인 김성환(金星煥) 전문위원이 맡았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사회복지 정책은 미국 유학파 소장학자와 국회 보건복지위 보좌관 출신의 실무팀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미 뉴욕주립대 출신으로 자문교수단내 홍일점인 주준희(周準希) 전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대책을 마련했다. 정책개발팀의 이 분야 책임자인 강동구(姜東求) 박사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리했고 장현(張顯)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약 전반을 검토하고 감수했다.

이정재(李政宰) 전 한국시사정보센터 정책분석팀장은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입안의 실질적 노하우를 제공하고 평가작업에도 참여했다.

당내에서는 사회복지 특보로 임명된 정영수(鄭榮秀) 서울시 노인회 부회장, 정종엽(鄭鍾燁) 대한약사회 회장, 한승섭(韓承燮) 한의사 등이 조언을 하고 있다. 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도 소외계층에 대한 공약개발에 도움을 줬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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