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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평]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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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평]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자

입력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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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면 소위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라는 것이 있다. 프라이팬하면 프랑스의 테팔, 가위·주방용칼하면 독일의 헹켈, 식기하면 미국산 코렐 등이 그렇다. 이들 제품은 브랜드의 명성을 업고 어느 제품은 어떤 점이 좋더라는 입소문을 통해 주부들의 관심을 끈다.마찬가지로 출산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젖병은 어디 제품, 유모차나 카시트는 어느 회사, 목욕용품은 어디 제품이라는 등의 공식이 일부 산모들 사이에 퍼져 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일이야 고객의 마음에 달린 것이지만 다른 어떤 것 보다도 태어나서 처음 쓰는 제품이 외국산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몇 달 전 영국의 한 유명 유모차 제조업체가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만든 유모차가 한국에 들어와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유모차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 재클린 케네디, 샤론 스톤, 마돈나, 최근에는 축구선수 베컴까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 유명 인사들이 애용하는 '명품' 유모차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한정판매 된 이 유모차 1대 가격은 웬만한 경차 가격에 맞먹는 정도였음에도 나오기가 무섭게 전량이 금새 팔려나갔다. 이런 일은 이 유모차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이 주부들의 머리 속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 그런 한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명품이 이다지도 적은 것일까. 있다 해도 왜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할까. 왜 우리에게는 200년 된 주방용칼, 100년 된 프라이팬, 30년 넘게 사랑 받는 유모차가 없는가.

앞에 기술된 모든 제품들이 그 분야의 대표 명품 브랜드로 국경을 넘나들며 사랑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하루 아침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노력과 오랜 기간 노하우를 계속 발전시키고 한 우물만을 판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 국내에서 만족하지 않고 세계화 전략에 맞는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는데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세계적인 명품이 우리나라에 부족하다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외국 젖병을 입에 물고 외국 브랜드의 옷을 입고 외국산 유모차를 타고 다니고 주부들은 외국산 식기와 프라이팬으로 매일매일의 식탁을 준비하는 등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는 단일 제품의 명품들이 있다. 자동차에서부터 휴대폰 단말기, 자수정, 헬멧 등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제품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이 곧 제품을 말해주는 명품 브랜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제품을 태어나면서부터 사용하고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명품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더 제품의 질을 높이고 세계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제품개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 웅 호 아가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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