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어린이날 공휴일 제외

정부가 공무원의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공휴일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날(5월 5일)을 토요일로 변경하거나 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색동회 등 어린이 관련단체는 물론 초등학생까지 나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어린이날 공휴일 제외를 추진중인 박철곤(朴鐵坤) 국무조정실 복지노동심의관과 이를 반대하는 배동익(裵東益) 색동회 회장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본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찬성 / 박 철 곤 국무조정실 복지노동심의관

"어린이가 인격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현재 어린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주5일제 근무에 따른 환경 변화도 인정해야 합니다."

박철곤 심의관은 주5일제 근무에 따른 사회·경제환경 변화에 맞춰 어린이날은 공휴일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심의관은 "어린이날을 제정할 당시만 해도 어린이는 인격체로 존중받기 보다 사회 또는 가정의 '부속물'에 불과했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어린이에 대한 복지수준 향상은 물론 당당한 인격체로 존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이날을 토요일로 변경할 경우 주말을 이용한 가족 나들이 등이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며 "공휴일도 줄이고 각 가정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심의관은 "공무원의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공휴일이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국가적 경제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휴일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광복절, 개천절 등 4대 국경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할 수 없으며, 국민정서상 설과 추석, 신정 등도 현행대로 공휴일로 유지해야 한다"며 "종교인구를 감안할 때 석가탄신일과 성탄절도 공휴일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심의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공휴일을 축소해야 하는 기본원칙을 갖고 면밀히 검토한 결과 어린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앞으로 공휴일 조정에 관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반대 / 배 동 익 색동회 회장

"어린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어린이 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아직도 어린이를 무시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배동익 회장은 어린이날은 단순히 어린이를 즐겁게 해주고 맛있는 음식이나 사주는 날이 아니라 이 날 만이라도 온 국민이 어린이를 새롭게 인식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학대 받는 어린이가 갈수록 늘어나고, 어린이를 이용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시대는 변했지만 어린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격체로서의 존중은 아직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은 일부 종교인에게 국한된 날인데도 공휴일로 유지하고, 국가 장래가 걸려있는 어린이를 기념하는 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어린이 날 하루 휴일 때문에 국가 산업발전에 지장을 준다면 차라리 종교기념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회장은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를 잘 키워야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어린이 날을 제정했다"며 "이는 국가의 장래와도 직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제 치하에서도 어린이 날을 지켜온 것은 역사적 의미가 클 뿐 아니라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어린이를 바르고 참되게 키워야 한다는 의지였다"면서 "어린이 날은 어린이 인권의 날인 동시에 어린이를 바르고 참되게 자라도록 이끌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만일 정부가 어린이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할 경우 전국민 서명운동을 펴 반드시 공휴일로 존속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날은

정부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거쳐 어린이날을 토요일로 변경하거나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가공휴일 지정 및 폐지에 관한 법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어린이날은 공휴일에서 제외된다.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색동회를 발족하면서 1923년에 제정했다. 당시 5월 1일로 정한 후 1927년 5월 첫 일요일로 변경됐으며, 1937년 일제에 의해 폐지됐다. 1946년 건국준비위원회가 5월5일로 다시 제정했고 75년 공휴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