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선거법 등 정치개혁 법안은 상정조차 못 한 채 끝난 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앞 다투어 "개혁입법 협상을 계속해 타결되는 대로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면피성' 다짐과 달리 양당의 이견이 워낙 큰 데다 대선이 코앞에 닥친 시점이어서 개혁입법은 사실상 내년 임시국회로 넘어갔다.유럽 순방 중인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을 대신해 본회의 사회를 본 김태식(金台植) 부의장은 본회의가 끝난 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정치개혁 법안을 다음 국회에서라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비난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연내 개혁법안 처리가 어려워졌음을 자인한 셈이기도 하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4개 법안 중 그나마 눈길을 끈 것은 경제자유구역법과 의문사진상규명법 정도였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이날 오전에 열린 여·야·정 정책간담회가 정부 원안에 가까운 재경위 재수정안에 합의했지만 본회의에서 찬반토론까지 벌이는 진통 끝에 통과됐다. 당론투표로 임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양당 지도부는 수정안보다 특구 지정 요건을 강화한 재수정안의 통과로 특구 지정이 불가능해진 지역 출신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하고 이들에게 마당을 깔아 주기 위해 자유투표를 택했다.
찬반토론에서 각각 한국노총 위원장, 부위원장 출신인 민주당 박인상(朴仁相), 한나라당 김락기(金樂冀) 의원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해 위헌 소지가 있으며 국내 기업과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있다"고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반면 자유구역 지정이 유력한 인천지역 의원들은 민주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을 내세워 찬성 토론에 나섰다. 반면 대구 출신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 의원 등 다른 지역 의원들은 특구 지정 대상을 확대한 재경위 수정안의 채택을 주장하는 것으로 재수정안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부패방지법을 단독 처리,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한때 본회의 파행까지 점쳐졌다.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의 지시라서 강행 처리하는 것이냐"고 비난하면서 부패방지법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면 집단 퇴장하겠다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본회의 단독처리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본회의 개의 직후 이규택(李揆澤) 총무가 본회의장 안에서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접촉해 표결을 보류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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