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자지라 TV에 방영된 녹음테이프 목소리의 주인공이 오사마 빈 라덴으로 최종 밝혀질 경우 이라크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대 테러전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이 테이프는 부시 대통령을 '이 시대의 제왕'으로, 베트남전 종반에 국방장관을 지냈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백정'으로, 1991년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었던 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바그다드를 파괴했던 징기스칸의 손자 훌라구에 비유하며 새로운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테이프의 진위 여부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지만 진짜로 판명되면 빈 라덴을 쫓기 위한 군사 작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내내 그를 추적하고 2,500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결국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 전쟁 1주년을 맞은 지난달 7일 "빈 라덴이 살아 있다면 우리는 끝내 그를 찾아내고 말 것"이라며 알 카에다 조직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한 바 있다.
빈 라덴의 소재가 마지막으로 확인됐던 것은 지난해 12월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 남쪽의 동굴지대 토라보라에 있을 때였다. 최근 미 정보기관들은 빈 라덴이 살아 있다면 팍티아주와 파키스탄 부족지역인 와지리스탄 간의 국경을 통해 파키스탄과 아프간을 오가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미 정부는 지난해 아프간 전쟁 당시 사망한 것으로 여겨졌던 알 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생존설이 나돌고 알 카에다의 활동이 부쩍 증가하고 있어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빈 라덴이 살아있다고 미국이 최종 판단을 내린다면 빈 라덴 수색과 알 카에다 해체를 위한 작전이 아프간 일대에서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은 대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목표와 전열이 분산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문제의 테이프에 대한 진위 여부를 밝혀내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빈 라덴의 생존을 공식 확인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목소리가 일치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생존을 100% 단언할 수도 없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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