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은 음력 6월15일 유두(流頭) 날이면 낫과 호미를 내려놓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천렵을 즐기며 원기를 재충전했다. 농번기 일손을 나누기 위해 조직한 두레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 마당이기도 했다. 힘든 여름 농사를 마무리하는 음력 7월15일 백중(百中)에는 논물이나 개울에 흙 묻은 호미를 씻으며 풍년을 기원했다.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된 우리네 농촌의 세시 풍속들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이 사라져가는 농촌의 풍속을 담은 다큐멘터리 '한국의 농경세시' 제작에 나서 최근 첫 편인 '장현리 사람들의 여름나기'를 완성했다. '한국의 농경세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 풍속과 평생의례 종합편 등 총 6편으로 내년 중반께 완성된다.
촬영지는 충남 서산시 지곡면 장현2리. 이 마을도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옛 모습이 거의 사라졌지만 전래 풍속을 생생히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촬영지로 선정됐다. 제작진은 올 5월부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옛 기록과 민속연구 자료, 마을 어르신들의 구술 등을 토대로 여름철 농경 세시풍속을 재연해 영상에 담았다. 단오절 그네타기와 창포물에 머리감기, 온 마을 사람들이 한 마음이 돼 지낸 기우제, 짖꿎은 동네 꼬마들의 수박서리, 고된 일을 마친 뒤 벌이는 흥겨운 풍물놀이 등 정겨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민속박물관은 막 촬영을 마친 가을편 제작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장현리 주민과 서산 산성초교 어린이 등 70여명을 초청, 15일 오전 박물관 강당에서 시사회를 겸한 잔치를 연다. 박물관은 각 편이 완성되는대로 민속 관련 교육 기관에 배포하고 박물관 홈페이지(www.nfm.go.kr)에도 띄울 계획이다. 이용석 학예사는 "많은 이들이 잊혀져가는 소중한 옛 풍속에 관심을 갖고 보전에 힘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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