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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비만

입력
200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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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3,000만명이 운동 부족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그 중 80%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WHO는 개도국에서도 경제성장에 따른 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심장병 당뇨병 등 '부자병'을 앓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부자병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등에서도 주요 사망 원인으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각국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제 비만은 정부가 나서서 신경 써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만이 초래하는 국가적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명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가하게' 조깅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조깅 후 "미국인 3분의 2 정도가 비만이고, 매년 170만 명이 심장병 등 비만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성인의 10%만 규칙적인 걷기운동을 시작해도 미국인들은 심장병과 관련된 비용을 56억달러나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미 국세청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 살 빼는데 드는 비용을 의료비 공제대상에 포함시켜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00년부터 일부 체중감량 비용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질병 치료 목적에만 국한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가 정하는 표준체중보다 많이 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이어트 약은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 최근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비만 정도가 더 낮은 상태에서도 각종 성인병에 더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체 비만이 많은 한국인이 하체 비만이 많은 서구인보다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비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나 요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누가 보아도 정상인데, 자신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비만 자체가 아니라 비만 공포에서 오는 각종 부작용이 더 큰 폐해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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