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젠성(福建省)에 있는 중국의 명산 무이산(武夷山)으로 가는 길은 정겹다. 무이산공항에 내리면 시골역 같은 인상을 받지만 여행객들의 소란에 이내 흥겨워진다. 누군가 계림이 여성이라면 무이산은 남성이라고 비유한 것처럼 무이산은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많다. 그러나 힘드는 줄 모른다. 한 폭의 진경산수 같은 풍경에 취해 걷다 보면 오르는 수고 따윈 금새 잊고 만다.■무이구곡과 뗏목놀이
<구곡에 다다르니 눈앞이 훤히 트이는데 상마(桑麻)에 맺힌 이슬, 평천(平川)을 바라보네 뱃사공은 다시금 무릉도원 가는 길을 찾지만 이곳이 바로 인간 세계의 별천지라네> (九曲將窮眼豁然 桑麻雨露見平川 漁郞更覓桃源路 除是人間別有天) 구곡에>
남송의 대학자 주자(朱子)는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중 구곡에서 "이곳이 바로 이상세계인 무릉도원이니 더 이상 별천지를 찾으려하지 말라"고 노래했다.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타고 구곡을 유람하다 보면 그의 말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물은 굽이굽이 절벽을 휘돌아 가고 양쪽으로 36개의 봉우리가 펼쳐진다. 봉우리 사이의 전설서린 계곡과 기암괴석에 취하면 별천지에 온 듯하다. 옛 시인의 유유자적이 여기서 기인한듯 싶다.
극락국(極樂國)이 있다는 구곡, 여인의 젖가슴 같은 팔곡의 쌍유봉(雙乳峰), 도교의 이상세계인 도원동(挑源洞) 산문이 보이는 칠곡, 무이산 제일의 바위산 쇄포암이 있는 육곡, 강태공이 낚시를 드리웠다는 사곡의 선조대(仙釣臺)…. 수려함을 뽐내는 이곡의 옥녀봉(玉女峰)과 우뚝하게 솟은 일곡의 대왕봉(大王峰)의 이루지못한 사랑이 애틋하다.
뱃사공이 들려주는 봉우리 마다에 얽힌 전설을 듣노라면 중국인들의 허풍을 인정하더라도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일곡까지 9.5㎞구간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내리는 발걸음이 아쉽다.
■무이산 최고의 절경 천유봉
천유봉(天游峰)에 오르는 길에서도 탄성은 절로 난다. 평지가 이어지다 눈앞에 돌연 도끼로 찍은 듯한 천길의 절벽이 나타난다. 절벽은 마치 흰색 천을 걸어 말리는 듯 수천개의 폭포 흔적이 남아 있다. 가파른 길을 오르면 아찔한 느낌이 들지만, 수많은 봉우리가 내려다 보이고 구곡의 돌아가는 모습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옛부터 천유봉을 무이산 제일의 경치라 불렀다는데 그 명칭에 손색이 없다.
무이산은 주자가 성리학을 집대성한 곳이기도 하다. 주자는 무이정사(武夷精舍)에 은거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했다. 주자는 조선에 큰 영향을 미쳐 퇴계 이황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율곡 이이가 읊은 고산구곡가의 모태가 되었으며 무이정사는 서원의 모범이 되었다. 이곳에 있는 주자기념관 입구에는 "동주에서 공자가 나왔고 남송에는 주자가 있으니, 중국의 옛 문화는 태산과 무이로다.(東周出孔丘 南宋有朱熹 中國古文化 泰山與武夷)"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곳 사람들의 무이산과 주자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주자기념관옆에는 도교의 궁관인 무이궁(武夷宮)이 있다. 무이궁은 무이산에서 가장 오래된 궁관으로 당나라때 설치되어 송나라때는 300여칸에 이르렀고 "충우만년궁(沖佑萬年宮)"이란 사액을 받았다.
무이산 바위기슭에서 이슬을 먹고 자란 무이암차는 중국 4대 명차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명품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대홍포(大紅袍) 1대는 현재 세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데 350여년을 넘은 나무의 높이가 3미터에 못 미치니 신기로울 뿐이다.
이밖에 높이 100m에 이르는 바위굴 수렴동(水簾洞)이나 연화봉(蓮花峰)등 볼거리가 즐비한 무이산은 199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과 문화유산지구가 됐다. 조선족 가이드의 표현대로 심각한(?) 인상을 주는 산이었다.
/무이산(중국 푸젠성)=김병모기자 bumsted@hk.co.kr
● 무이산의 관문 샤먼
국내에서 무이산으로 가는 최단코스는 샤먼(厦門·아모이)을 거치는 길이다. 인천공항에서 샤먼까지 3시간(대한항공 주2회 취항), 샤먼에서 40분이 소요된다.
샤먼은 푸젠성(福建省)의 동남 해안에 위치한 관광·휴양도시. 1842년 난징조약(南京條約)에 의해 개항된 이후 중계무역항으로 발전했으며 1980년에 경제특구로 개발됐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당(唐) 시대에 창건된 고찰인 남보타사(南普陀寺)가 유명하다. 1만여권의 경전이 있는 장경각(藏經閣), 천수관음상이 안치된 대비전(大悲展) 등이 있고, 뒤뜰에는 금으로 칠한 5m 높이의 '불(佛)자' 석각(石刻)이 새겨져 있다. 청(淸) 시대에 설치된 호리산포대(胡里山砲臺)는 샤먼항의 방어 요새. 엄청난 크기의 대포가 남아있다. 특히 바다쪽 조망이 탁월하다. 맑은 날에는 타이완의(臺灣)의 금문도(金門島)까지 보인다.
샤먼에서 700m 쯤 떨어져 있는 '해상의 화원' 구랑섬(鼓浪嶼)은 1904년에 영국의 초계지로 개발된 곳으로 각국의 영사관과 별장 등 호화 주택이 널려있어 유럽풍의 정취를 느낄수 있다. 섬 중앙에 있는 해발 90m의 일광암(日光岩)에 오르면 샤먼시까지 볼 수 있으며, 이곳에는 해변을 따라 조성된 숙장화원과 명나라 말기 청에 저항한 정성공(鄭成功)을 기리는 정성공기념관 등이 있다.
샤먼시는 1년 내내 눈이 오지 않는 열대·아열대성 기후로 국내에는 겨울철 골프를 즐기는 사람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전문여행사인 웨이투어가 무이산과 샤먼의 골프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 (02)3455-1515
■다도해 찍고 제주行 만다린호, 통영서 내달 운항
제주도로 가는 새로운 뱃길이 열린다. (주)대아고속해운은 경남 통영시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제주 성산포를 왕복하는 쾌속 카페리 만다린호(사진)를 12월 2일부터 운항한다. 만다린호는 3,000톤급의 쌍동여객선으로 549명의 승객과 80여대의 승용차를 실을 수 있다. 통영과 제주를 3시간 30분만에 주파한다. 만다린호의 매력은 아름다운 다도해를 지난다는 점. 거제, 해금강 지역의 40여 개 섬을 훑는다.
만다린호는 통영에서 오전 10시, 제주에서는 오후 4시에 출항한다. 화요일에는 휴항. 여객요금은 성인기준 편도 3만 5,000원이며 승용차 선적비는 중형차의 경우 8만원이다. (주)대아고속해운은 만다린호 취항기념으로 2003년 2월 28일까지 여객편도 2만6,800원, 승용차 6만원의 특별할인 행사를 실시한다. 만다린호와 항공, 열차를 연계해 한려수도와 제주를 돌아보는 이색 여행상품도 내놓았다. (02)514-6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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