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의 불황이 깊어질수록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업계의 성장이 가속화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에서만 구축됐던 ERP시스템이 중견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들이 ERP시스템 구축을 선언했는가 하면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11일부터 정부부처로서는 최초로 ERP 시스템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같은 ERP 구축 열풍으로 IT 불황에도 불구, 시스템 통합(SI) 업계의 매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 SDS는 ERP 솔루션(uniERP) 보급에 따른 매출액이 지난해(350억원) 보다 14%나 증가한 400억원에 이르며, 영림원소프트랩은 올해 매출액이 작년 매출액(35억원)의 3배인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세계 선두인 SAP와 오라클도 구체적 매출내역의 공개를 꺼리면서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SAP 관계자는 "IT 불황으로 세계적 SI 기업들의 매출이 15∼20% 이상 감소했다"며 "ERP 관련 매출이 늘어난 것은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ERP 업계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본다는 사실이 이미 ERP를 도입한 기업을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ERP 솔루션을 도입한 (주)애경공업의 경우, 이전에 4∼5일씩 걸리던 분기 결산 및 자재구매 기간이 1∼2일로 줄어 연간 1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조영풍 경영전산실장은 "ERP 도입으로 경영전반의 효율성이 50%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기투자가 부담스럽지만 장기적 비용절감 효과는 투자액 이상"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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