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동통신 업체의 TV광고에서 여성그룹 '핑클' 뮤직비디오가 핸드폰으로 흘러나오는 장면이 소재로 쓰인 적이 있다.손바닥보다 작은 핸드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비결은 디지털신호처리칩(DSP)이라는 손톱만한 반도체와 동영상압축소프트웨어에 있다. 특히 CD 한 장 분량 동영상을 디스켓 한 장으로 압축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이다.
리코시스(www.reakosys.com)의 이창근(34·사진) 사장은 전세계 동영상압축소프트웨어 업계로부터 주목받는 기업인이다. 2000년 6월에 창업한 리코시스가 불과 1년 만에 DSP전문 업체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의 차세대 동영상 솔루션 'OMAP'의 개발 파트너로 지정받았기 때문이다. 리코시스가 동영상압축기술 표준 엠펙4(MPEG4)를 아우르는 독자적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는 평가다. TI의 기술개발파트너가 된 것은 일본을 포함,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96년초 홍익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어렵게 취업한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온 이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유리시스템' 창업자인 재미교포 김종훈 회장과 일했다. 유리시스템이 루슨트테크놀러지에 합병된 후에는 마케팅 이사까지 지냈지만, 그에게 이미 성공한 기업의 중역이란 매력없는 자리였다. 결국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 벤처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미국에서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벤처붐이 번지는 것을 본 뒤에는 끓는 피를 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업체에 동영상 솔루션을 납품, 올 매출 목표 30억원을 달성한 이사장은 회사가 번창할수록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시장에 만족하지 않는 글로벌한 비전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바일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 앞으로 한국 기술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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