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을 적으로 간주하라.' 2002년 영국 BBC가 만들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 '킬 뎀 올'(Kill Them All)이 13일 MBC를 통해 시청자를 찾아간다. AP통신사가 2년 전 발굴한 미군 작전문서 그리고 미군 7기갑연대 병사들과 한국인 생존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노근리 학살의 진실을 파헤친 프로그램이다. 개전 초기에 몇 달간 '피난민을 적으로 간주하라'는 내용의 미군 고위 지휘관 문서 14건, 양민학살에 따른 61건의 피해신고, 마산의 곡안리 사건과 왜관교 폭파사건 포항의 송계 계곡에 대한 함포 사격 등을 공개한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도쿄에 있던 미군 7기갑연대는 7월 22일 포항에 상륙했다. 신병 중심으로 구성된 7기갑연대는 부대원들끼리 오인사격을 하는가 하면, 탈영병이 속출하는 등 적진 앞에서 흔들렸다. 급기야 이들이 총부리를 들이댄 곳은 적군이 아니라 양민이었다. 바로 피난 길에 오른 충북 영동군 임계리 주민들.
전쟁이 끝난 뒤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미 국방부는 7기갑연대가 현장에 주둔한 적도 없다며 발뺌을 했다. 이 사건은 50년 동안 파묻혀 있다가 AP 통신 기자들의 특종 보도를 통해 빛을 보게 되었다. '킬 뎀 올'은 전직 하원의원이자 진상 조사단의 자문 위원이었던 피트 맥클로스키를 통해 사건의 은폐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 그리고 사건 배후의 검은 세력 의혹도 짚어본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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