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 'sex.co.kr', 'xxx.co.kr' 등 'sex'와 관련된 4개 도메인의 주인이 된 3명의 부산 사나이들이 화제다. 영화 '친구'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남기중, 손성일, 이명제씨가 그들이다.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행운 때문에 네티즌들에게 질투와 시기, 의심까지 받고 있는 이들은 영화 '친구'의 주인공처럼 한 동네에 살면서 해운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12년 동안 같이 다닌 죽마고우다. 이들은 모두 스물여덟 동갑이며 특별히 내세울 학력도 없고 집안도 넉넉하지 않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남씨는 "명제는 2년제 대학이라도 졸업했지만, 나와 성일이는 군 제대 후 복학을 하지 않아 최종 학력이 고졸"이라고 말했다.
명문대 졸업자들도 변변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취업난 때문에 공사판을 전전하던 '세 친구'가 결단을 내린 것은 지난 8월. '서른이 되기 전에 뭐든 해야 되지 않겠냐'는 의논 끝에 'A코리아'라는 인터넷 광고대행사를 차렸다. 남씨는 "가정집 월세를 얻어서 한 칸은 사무실로, 한 칸은 침실로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 사실 회사라고 하기에도 쑥스럽다"고 말했다.
뾰족한 대안도 없이 허송세월하던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달 중순. 남씨가 우연히 'sex', 'sport' 등 개인 소유가 금지됐던 도메인을 분양한다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공지를 보게 됐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응모할 수는 없지만, 이름을 빌려서 여러 번 등록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KRNIC의 유권해석을 받고 3명 모두 이름 확보에 나섰다. 손씨는 "각자 40∼50명씩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당첨되면 점심 한끼 사 주겠다'는 조건으로 이름을 빌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법으로 이들이 빌린 이름은 총 140개.
140개의 이름을 빌린 이들의 열성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2만3,80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sex.co.kr' 무작위 추첨에서 남씨의 또다른 죽마고우의 여자 친구인 박선경(29)씨가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고, 'xxx.co.kr'은 이명제씨의 사촌동생에게 돌아갔다. 시장가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sex.or.kr'은 이씨에게, 'sex.ne.kr'은 남씨의 학교 후배에게 배정됐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부정 당첨 의혹과 소유권 분쟁에 대해 세 친구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남씨는 "최근에는 우리 3명과 'sex.co.kr' 당첨자인 박씨 사이에 분쟁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른 시일내에 박씨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 합법적으로 'sex.co.kr'의 명의를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첨 이후에도 박선경씨는 당초 약속했던 대로 점심 한끼면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을 거머쥔 이들 삼총사는 'sex.co.kr' 등 당첨된 도메인 이름을 당분간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남씨는 "하루에도 주소를 팔라는 전화가 수십통씩 걸려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도 'sex' 주소를 갖고 뭘 해야 될지는 잘 모르지만 당장 팔지는 않고 계획을 세워 보겠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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