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측이 모두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단일화 방식을 제기, 협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해 지고 있다. 노 후보측이 10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을 거론한데 대해 정 후보측은 11일 양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을 역 제의, 협상의 초점이 여론조사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각축으로 옮겨졌다. 양측은 이날 밤 비공개 회의를 재개했으나 서로 상대방 제의의 공정성과 진실성에 의구심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6인 협상단은 이날 밤 8시30분부터 회담을 시작했으나 밤 10시45분께 양측으로부터 "오늘 중에는 발표할 것이 없을 것 같다" "협상의 진척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심야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구체화한 협상안 및 협상 재개
이날 밤 재개된 비공개 회의에서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으나 그 대상 범위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이는 양측이 여론조사에 앞서 TV토론을 실시하고 어떤 방식이든 최종적 단일 후보 선정에 여론조사를 활용한다는 데에는 모두 뜻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정 후보측 주장대로 양당 대의원 가운데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정 후보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민주당 대의원 구조로 볼 때 정 의원 지지표가 상당부분 섞여 있을 수 있으나 새로 창당한 국민통합 21 대의원의 경우 충성도가 100%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 후보측은 민주당의 경우는 지난 4월 전당대회 당시의 대의원을, 국민통합 21의 경우는 창당 때의 대의원을 각각 대상으로 할 것을 제안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노 후보측은 "대의원을 새로 뽑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의도"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당의 대의원 수가 서로 다른데도 수가 적은 국민통합 21측에 가중치를 둬 결과가 1대1의 비율로 반영되도록 한다는 정 후보측 제안을 놓고도 설전이 오갔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은 일반 국민 상대의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참여,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부각한 뒤 "양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하더라도 1대 1의 대의원 지분이 전제돼야 한다"며 노 후보측의 항변을 재 반박했다. 다만 노 후보측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에 의한 여론조사 왜곡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어 절충 여지가 주목된다.
▶양측의 반응 및 전망
노 후보측은 이날 밤 회담이 시작되기 전 정 후보측 역 제의에 대해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내부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이 많았다. 노 후보측 선대위 핵심 간부는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탈당파 등 민주당의 경선 불복 세력을 추종하는 대의원을 이용하려는 속셈"이라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후보측의 불신감도 이에 못지않았다.
노 후보측이 불과 일주일 만에 후보단일화 반대에서 여론조사 검토로까지 급격하게 입장을 바꾼 것은 명분을 선점하면서 정 후보를 상처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일단 여론조사라는 방식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그 대상 범위를 어떻게 절충하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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