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준만의 쓴소리]대선 후보들의 서약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준만의 쓴소리]대선 후보들의 서약서

입력
2002.11.12 00:00
0 0

대선 후보들의 각종 공약(公約)에 대한 불신이 높다. 그럴 만도 하다. 한 두번 속아봤나. 공약(公約)은 곧 공약(空約)이더라는 걸 역대 정권들이 성실하게 입증해준 탓이다. 이건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정책 대결'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언론은 '정책 대결'을 역설하지만, 유권자들이 보기엔 '정책 대결'은 곧 '공약(空約) 대결'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언론마저도 '정책 대결'을 주장해놓고선 어느 후보가 '정책 대결'을 할 수 있는 좋은 이슈를 제기하면 그 숨은 뜻을 캐면서 '정략'으로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그러지 말자. 대선을 '이권(利權) 대결'의 싸움터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지 않게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후보들의 공약을 그 성격에 따라 분류하여 각기 다른 대응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공약은 그 목적에 따라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후보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념적 공약 ②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 잡고자 하는 개혁적 공약 ③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장밋빛 비전을 역설하는 전시적 공약 ④이익단체들의 표를 의식하고 내놓는 거래적 공약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 사이의 경계가 명확한 건 아니지만, 분류를 하는 데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공약에 대한 불신은 주로 '개혁적 공약'과 '전시적 공약'에서 비롯된다. '이념적 공약'은 비교적 충실히 이행돼 왔으며, '거래적 공약'은 이행하지 않더라도 해당 이익단체들의 반발만 살 뿐 국민적 원성을 듣지는 않는다.

현 단계의 한국 사회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종류의 공약은 '개혁적 공약'이다. 김대중 정권이 처해 있는 비극적 상황도 바로 이 '개혁적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시적 공약'은 후보의 희망 사항일 뿐이며 그것이 이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배신감까지 느끼진 않는다. 반면 '개혁적 공약'은 후보가 정권을 잡고 마음만 먹으면 이행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개혁적 공약'의 전부는 아닐 망정 대부분은 '정권의 사적 이익'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후보가 정권을 잡고 나면 마음이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여태까지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왔지만, 이젠 선거기간 중 후보들로부터 서약서를 받거나 하는 방식으로 강력 대응하자. 그 서약서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응징 방법과 비용 부담까지 명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누가 서약서를 받는 주체가 될 것인가? 언론과 시민운동단체들이 각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 나누어서 맡으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공약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지금처럼 대선을 '이권 대결'의 싸움터로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