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타계한 유영국(劉永國) 화백은 고 김환기(金煥基) 화백과 더불어 추상화의 양대 거목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원로 화가이다. 그는 김환기의 '뜨거운 추상'과는 대비되는 '차가운 추상'으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해 왔다.경성제2고보 졸업반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일본 유학을 떠났다. 동경문화학원에 들어간 유씨는 3학년때인 1938년 일본의 전위적인 추상미술단체였던 자유미술가협회 창립전과 'N.B.G(네오 보자르 그룹) 양화전'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43년 귀국한 그는 해방과 함께 김환기 장욱진(張旭鎭) 이규상(李揆祥)과 '신사실파전'을 창립하면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고 57년 모던 아트협회를 창립하는 등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63년에는 우리 나라가 처음 참가한 국제전이었던 제7회 상파울루 국제비엔날레에 출품하기도 했다.
고인은 우리 미술계가 사실적 계열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던 일제시대부터 추상 작품을 시작한 뒤 60여 년 동안 기하학적 추상 회화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산, 나무, 길 등의 자연적 소재를 선, 면, 색채 등 추상화면의 구성요소로 환원시켜 주관적으로 탐구하여 표현했다.
특히 50년대 후반부터는 산을 작품세계의 중요 모티프로 채택하면서 서구적 추상미술에다 동양철학적인 자연에 대한 깨달음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펼쳐 '산의 화가'라고도 불렸다.
젊은 시절 몇 시간씩 선 채로 그림을 그린 것이 화근이 돼 말년에 휠체어를 탄 채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고인은 추상미술의 큰 획을 그으며 현대작가 초대전, 일본 동경국제 미전 출품, 한국현대회화 동경전 출품, 살롱 드 메 초대 출품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타계하기 전인 지난 8∼10월에도 가나아트센터에서 작품 세계 전반을 회고하는 개인전을 가졌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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