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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알라바마' 다이아 반지냐… 참사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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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알라바마' 다이아 반지냐… 참사랑이냐…

입력
200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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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의 일본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침묵하는 소수'란 수필집에서 한 말. '모피의 부드러운 감촉과 보석의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에 민감하지 않은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첫 패션쇼를 성공리에 마친 야심만만한 디자이너 멜라니(리즈 위더스푼)도 그랬다. 갑부들만 간다는 티파니 보석매장에서 밤늦게 깜짝 쇼까지 벌이며 큼지막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안기는 청혼을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더구나 상대가 모든 여성이 선망하는 미남에, 장차 대통령을 꿈꾸는 뉴욕 여시장의 아들 앤드류(패트릭 뎀시)인데.

그런데 그와 결혼하려면 아무도 모르게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고향인 앨라배마에 있는 남편 제이크(조쉬 루카스)와 이혼해야 한다. 출세를 위해 도망치다시피 그를 떠나온 지 7년. 앤드류와 그의 어머니에게 들킬까봐 만사 제쳐두고 고향으로 달려가지만 이혼 도장은 고사하고, 집안에도 못 들어오게 하는 제이크. 어째 시작부터 쉽지 않다.

'스위트 알라바마'(감독 앤디 테난트)는 두 남자, 미래와 추억, 도시와 시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제목을 보면 그녀가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할지 알 수 있다.

이혼하기 위해 오랜만에 손바닥만한 고향을 찾은 멜라니는 그곳에서 만난 제이크와 소꿉 친구들을 통해 달콤한 추억을 확인한다. 유명한 말괄량이로 온갖 말썽을 부렸던 일, 열 살 때 해변에서 번개를 맞으며 제이크와 첫 키스를 하던 일….

이 정도면 이미 승부는 결정됐다. 제이크가 이혼서류에 서명을 하고, 앤드류가 결혼을 위해 그곳을 찾아오고, 마침내 결혼식이 열려도 이런 것들은 다 영화의 반전과 재미를 위한 일종의 트릭에 불과하다.

앤드류는 '프리티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걸린 여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과거를 앤드류에게 속일 만큼 출세가 좋고, 뉴욕이란 도시도 좋고, 다아아몬드 반지도 좋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원하면 언제든지 키스할 수 있는' 추억을 함께 가진 오랜 친구이자 남편인 제이크와 고향의 편안함을 선택한 여자, 그렇게 예쁘지 않고 늘씬하지도 않고 알고 보면 배경도 보잘 것 없으면서 소중한 추억을 선택한 여자에게 미국 관객들은 열광했다.

지난달 개봉에서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3,800만 달러)를 기록해 금발의 배우 리즈 위더스푼을 맥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를 이을 로맨틱 코미디 스타로 만들었다. 영화 속의 멜라니는 신데렐라가 되는 것을 포기했지만 배우는 그 역할로 신데렐라가 됐다.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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