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11일 가까스로 분당 위기를 미봉했다.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이날 일부 의원의 탈당을 무릅쓰더라도 교섭단체 참여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지역구 의원들의 노골적인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은 의원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등 심각한 내부 균열을 드러냈다. JP 역시 지역구 의원들의 집단탈당이란 발등의 불은 껐지만 지난달 4자 연대 무산에 이어 다시 자신의 구상이 차단됨으로써 당내 리더십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임시 봉합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갈등 소지를 그대로 남겼다. 지역구 의원 상당수가 한나라당 합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당내 갈등은 대선 이전에 언제든지 실질적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JP는 당초 교섭단체 구성에 반발할 의원이 1, 2명에 그칠 것으로 낙관하고 오전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그러나 오장섭(吳長燮) 의원은 물론 대전 출신의 이양희(李良熙) 이재선(李在善) 의원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고 이에 자극받아 JP가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송광호(宋光浩) 원철희(元喆喜) 의원까지 "교섭단체 등록은 몰라도 신당으로 간다면 곤란하다"고 돌아섰다. 외유로 불참한 정우택(鄭宇澤) 의원측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탈당파 3명의 한나라당 입당 회견도 이날 회의 분위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한 의원은 "자민련내 친한나라당 성향 의원들에게 교섭단체에 참여하지 말라고 한나라당이 보낸 일종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JP에 반기를 든 의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한결같이 "교섭단체 등록처럼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면서 지역구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분명한 태도 표명을 거부했다. JP의 방침에 찬성한 지역구 의원은 김학원(金學元) 총무가 유일했다. 전국구 조희욱(曺喜旭) 의원은 오전 의총이 끝난 후 "전국구 5명과 김 총무를 빼고는 모두 탈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의총은 JP가 직접 주재했다. 이를 두고 "의원들에게 양자택일을 요구,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돌았으나 정작 JP는 2시간 이상 "뭉쳐야 산다"며 당의 단합을 호소하는 데 그쳤다는 후문이다. 한 의원은 "JP가 오전 의총 직후 김 총무로부터 '어렵다'는 보고를 받고 입장을 바꾼 것 같다"며 "이번 결정으로 교섭단체 참여는 사실상 물 건너갔으며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일단 지역구 의원들의 탈당도 막았다"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