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의결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통과시킨 45개 가량 법안의 재의결 방침을 밝힌 것은 여론의 거센 비판에 따른 고육책이다.한나라당과 민주당 총무단, 국회 관계자들은 "국회의 오래된 관행", "재의결에 따른 법적 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주말까지도 재의결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입법기관이 법을 어긴다"는 비판에서 비롯한 위법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아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전날 저녁 총무단을 불러 "위법 통과 의혹이 있는 법안은 재의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고,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오전 "잘못된 것을 인정해 재의결하면 국회가 문을 닫을 것처럼 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취임 직후 '국회 개혁을 통한 국회의 위상 강화'를 강조해 온 박 의장의 의지도 재의결 방침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박 의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법안을 재의결하겠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국회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박 의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양당 총무를 의장실로 불러 재의결 방침을 통고했고,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하는 등 사전 조율을 마쳤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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