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사회경제적 수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관련학자들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이 일정수준 이상 되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비만인구가 증가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접근할수록 비만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더 많아진다. 최근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월소득 150만원 이상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비만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도 비만 패턴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미국에서 비만은 도시 빈민층을 이루고 있는 흑인과 남미계 사람들에게 심각하다. 연구보고에 의하면 흑인과 남미계 사람들은 백인들보다 신체 활동량이 더 적고, 아이들의 경우 TV 시청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이들은 백인들에 비해 과일과 채소 섭취는 부족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은 더 많이 먹는다. 그러다 보니 비만 뿐 아니라 당뇨병 등 영양불량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유기농 식품점이나 시설이 잘 갖추어진 헬스클럽이 많이 들어서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구입하기 어렵고 운동시설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 조금만 체중이 늘어도 값비싼 체형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늘 자기 몸에 관심을 갖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가 어느날 뚱뚱해진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은 아예 자기 몸 관리를 포기해 버린다.
문제는 의료보험에서 비만이 질병으로 분류가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정작 치료가 필요한 저소득층 사람들은 비싼 약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치료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굳이 의학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값을 지불해가며 더 날씬해지려는 이들이 있다.
물론 비만을 사회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 개인의 생활습관이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 심장병이나 당뇨병 환자 한 사람에게 평생 들어가는 의료비로 수만명이 이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국가 경제로 볼 때 이득이라는 보고는 이미 예전에 나왔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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