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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황한규 만도공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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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황한규 만도공조 사장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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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첫 딸을 시집 보내듯이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습니다. 시부모 같은 소비자에게 소박맞지 말고 잘 살아가야 할텐데 하는 걱정뿐이었으니까요."김치냉장고 '딤채'하나로 산업재 생산에서 소비재 생산으로 기업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만도공조의 황한규(黃翰奎·55세) 사장은 1995년11월 딤채 출시 당시의 조마조마했던 심정을 이제야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에어컨 '위니아'와 김치냉장고 '딤채'로 대변되는 만도공조를 99년11월 재출범부터 이끌고 있는 황 사장은 기업변신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창조혁신형 경영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비재 상품이 없이 자동차 부품만을 생산하던 옛 만도기계(만도공조 전신)가 가정용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딤채'를 시작할 당시 사내·외 분위기는 결코 그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산업재 생산 중심으로 짜여진 사내의 보수적인 분위기는 물론, 회사 밖에서도 '자동차 부품회사가 무슨 소비제품을'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다. 당시 정몽원 사장이 '일단 만들어 보자'며 힘을 불어넣지 않았으면 딤채는 '미완성 상품'으로 끝났을 것이다.

만도공조가 본격적으로 김치냉장고 개발에 뛰어든 93년 당시, 황 사장은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장으로 '딤채' 개발을 주도했다.

아산공장에서 개발팀과 숙식을 같이하며 수백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하루 세끼 주식을 라면으로 바꿨다. 김치맛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였다. 김치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회사 구내 식당 아줌마들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부터 배웠다. 그리고 2년 후 반신반의 끝에 드디어 '딤채'를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김치냉장고라는 제품이 사상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500명의 강남 주부들에게 딤채를 공짜로 나눠주면서 써본 다음 좋으면 반값으로 판매하겠다고 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주부들이 구매에 응했다. 이후 삼성, LG 등 국내 최대 가전업체들이 속속 김치냉장고 시장에 진입했지만 만도공조는 7년 연속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회사는 보수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유연하고 부드러운 소비재 기업으로 거듭났다. 황 사장은 회사변신의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고객'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던 계획 생산 방식으로는 시장이라는 꿈틀거리는 현재 진행형 전쟁터에서 살아 남지 못하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데 주력했습니다. 모든 시스템의 중심을 마케팅으로 바꿨죠."

만도공조의 변신은 우리나라 소비재 가전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례로 지적된다. 그는 이를 '산전(産電)에서 가전(家電)으로'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기계산업의 정밀한 기술을 가전에 접목시켜 소비자들의 효용을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무엇보다도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적어도 3일은 아산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직접 연구개발 현장이나 생산라인을 챙긴다. 생산라인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라인을 멈추고 즉석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다.

"국내 굴지의 가전회사와 경쟁하려면 뭔가 남다른 점이 있어야 합니다. 하드웨어 부분은 덩치 면에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에서 이겨야 하죠."

황 사장은 스스로 합리적 경영스타일이라고 자평한다. 주로 얘기를 많이 듣고 의사결정을 하며, 권한을 많이 이양하고 대신 책임경영을 강조한다. 황 사장은 "국내 CEO의 리더십이 '창업형→확장형→관리형→구조조정형→창조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자신이 창조형 경영자로서 올바르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사진=원유헌기자

● 만도공조는 어떤회사

만도공조는 김치냉장고 '딤채'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만도공조에 있어 딤채는 곧 '얼굴'이다. 매출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브랜드 파워'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서 85%의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김치냉장고로 딤채를 뽑았다. 매출액에서도 올해 7,820억원(전망치)으로 국내시장 전체 매출 전망치인 1조2,000억원의 6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가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견기업인 만도공조가 이들 양대 기업을 제치고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7년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어 국내 중소업계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딤채는 1995년 11월 첫 생산 이후 5일 누적 생산 200만대를 돌파했다. 2000년 12월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년 만에 배로 늘어난 것. 올 연말 누적 생산 예상치는 237만대이다.

만도공조는 지난달 초 기존 김치연구소를 김치연구개발센터로 확대·개편했다. 이를 통해 김치냉장고에 이어 김치연구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권위를 확보, 해외식품에 대한 저장성 연구를 통해 김치냉장고의 해외수출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만도공조는 김치냉장고 이외에 가정용 에어컨(위니아)과 차량부품 사업도 벌이고 있다.

만도공조는 98년 전신(前身)인 만도기계가 한라그룹 계열의 한라중공업과 동반 부도 처리된 뒤 이듬해 11월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공장인 '아산사업본부'가 UBS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출범이후 3년 연속 12%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만도공조는 내년 상반기 증권거래소에 회사를 상장할 방침이다. 이미 주간사를 선정해 놓은 상태로 연말까지 상장요건을 맞추고 올해 결산이 마무리되는 내년 3월께 예비심사 청구서를 증권거래소에 제출한뒤 5,6월께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 황한규 사장은 누구

1947년 서울

1965년 보성고 졸

1969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

1977년 한라해운 입사

1988년 만도기계 기획실장

1995년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장

1998년 한라그룹 기획실장

1999년 만도공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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