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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2002한국시리즈 /2 002가을, 사자는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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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배2002한국시리즈 /2 002가을, 사자는 전설이 되었다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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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럴 수가…." 9회말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에 이어 마해영의 역전 결승포가 터지는 순간 대구구장에선 희비의 의미를 동시에 담은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 탄성은 기적과 충격의 극단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었다.우승의 주역 이승엽과 마해영은 서로 부둥켜 안고 눈시울을 붉혔고 다른 선수들도 뒤엉켜 감격의 눈물을 뿌렸다. 대구의 홈팬들도, 그리고 치어리더까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은 마치 창단 2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삼성을 위해 만들어진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삼성은 10일 대구구장서 열린 200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서 9회 말 폭발한 이승엽과 마해영의 랑데부 홈런을 앞세워 LG에 10―9,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꿈에 그리던 챔피언자리에 올랐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OB(두산의 전신)에 무릎을 꿇은 뒤 지난해까지 무려 7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은 삼성은 7전8기만에 우승의 한을 풀었다.

MVP(최우수선수)에는 이날 9회말 끝내기 솔로포를 비롯,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3개 등 24타수 11안타(0.458)의 맹타를 휘두른 삼성 4번타자 마해영이 기자단투표에 의해 만장일치로 뽑혔다.

6―9로 몰린 9회말 삼성공격. '최강 삼성' 구호가 담긴 파란 막대풍선을 흔들며 승리를 외치던 관중도 차마 홈 팀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하나 둘 자리를 떴다. 1사 1, 2루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이승엽. 올 시즌 홈런왕이지만 한국시리즈서는 앞선 타석까지 20타수 2안타에 그쳐 소리 없는 원망을 들어야 했다. 이승엽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낸 뒤 이를 악물었다. LG 마무리 이상훈이 2구로 슬라이더를 뿌렸다. 이승엽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딱'하는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쭉 뻗어간 공은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그것은 기적의 신호탄에 불과했다. 떠나갈 듯한 함성을 받으며 이승엽에 이어 타석에 선 마해영은 LG의 바뀐 투수 최원호의 3구째 직구를 통타, 이승엽이 홈런을 때린 바로 그 곳으로 다시 끝내기 솔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대구=박천호기자 toto@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응용 "드디어 해냈다"

한국시리즈 6차전이 삼성의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끝나는 순간 김응용(61) 삼성감독은 긴 한숨을 내쉰 뒤 지긋이 눈을 감았다. 반세기에 가까운 야구인생을 송두리째 위기로 몰아넣었던 거대한 벽을 넘어선 감회가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기자실을 찾은 김 감독은 "역대 어떤 한국시리즈 승부보다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뒤 "마치 처음 우승한 것처럼 감격스럽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무적신화의 주인공 김 감독이 삼성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한국시리즈 V10의 위업을 이뤘다. 1982년 해태(기아 전신)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특유의 지도력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9전 전승을 이뤘던 승부사 김 감독은 "오늘의 승리가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 말할 만큼 강한 승부욕을 지닌 지도자로 유명하다.

우승의 한을 풀어줄 해결사로 2001 시즌 삼성으로 옮긴 김 감독은 지난해 삼성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지만 두산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인터뷰까지 거절하고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등 야구인생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타고난 승부사답게 이내 마음을 다잡은 뒤 SK와 트레이드를 통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왼손투수(오상민)를 보강한데 이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양준혁을 영입하는 등 팀 체질개선에 들어갔고 지난해에 이어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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