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주부들은 겨우내 먹을 김치 준비 때문에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핵가족화로 인해 김장을 하지 않거나 양은 예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이고 일거리가 많다.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안덕선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장철이나 명절 등 가사노동이 많은 때에는 손저림증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가 3배 이상 늘어난다. 심한 가사 노동이 주부들의 손저림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손저림증은 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중년기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의학용어로는 '수근관 증후군(팔목 터널 증후군)'이라고 불린다.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는다든지 불편한 의자에 앉을 경우 허벅지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린 것처럼, 손목을 지나는 터널모양의 신경(정중신경)이 손목의 두꺼워진 인대에 눌리면서 손저림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설거지나 청소, 타이핑 등 반복적인 일을 많이 하는 주부나 회사원들에게 이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40∼50대 가정주부가 전체 환자의 80∼90%를 차지한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손가락 끝(엄지에서 넷째 손가락까지)이나 손이 저리고 아프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 초기에는 주로 손이 저리거나 아픈 정도에 그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엄지손가락에 힘이 풀리고 엄지와 손목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되면서 심하면 팔이나 어깨까지 저리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병준 교수는 "손이 지속적으로 저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 때문에 밤잠을 설친 일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목을 두드려서 통증이 있거나 1분 동안 손목을 90도 꺾어서 저리는 증세가 나타나면 손저림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양손을 머리 위로 1분30초 동안 드는 '양손 들기 진단법'으로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재활의학과에서 신경이 눌린 손목부위에 대한 신경전달검사와 근전도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간혹 당뇨병, 갑상선 저하증 등과 같은 내과 질환이나 목디스크가 있어도 이와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와 방사선검사 등으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저림증 치료는 과거에는 손바닥에서부터 손목까지 6∼10㎝ 정도의 수근건을 절개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손바닥을 1.5㎝ 정도만 절개하는 수술법이 개발됐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손목 사용을 줄이고, 더운 물에 20∼30분씩 찜질하면서 소염진통제나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승민 교수는 "90% 정도의 환자는 약물 처방 등으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효과가 없거나, 손바닥 엄지 아래 볼록한 부분이 위축되는 경우, 또는 물건을 떨어뜨릴 정도로 운동마비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손발이 저리면 이렇게
1.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피한다.
2. 술은 적은 양을 먹어도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금주한다.
3.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누워서 TV를 보지 않는다.
4. 다리를 꼬고 앉거나 턱을 괴고 앉는 습관을 버린다.
5. 베개는 되도록 낮은 것을 선택한다.
6. 반복적인 손목작업(빨래짜기, 설거지, 골프 등)을 줄인다.
7. 사무는 45분 일한 뒤 5분간 스트레칭해 근육을 풀어준다.
8. 신발은 발목을 조이지 않는 것으로 선택한다.
9. 복근강화 운동을 시도하고 복부지방을 줄이도록 한다.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면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자료: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병준 교수>자료: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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