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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3)외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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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3)외교안보

입력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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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기준외교안보는 후보들의 이념과 세계관의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이다. 각 후보의 정책공약을 대북정책, 한미관계, 국방정책, 그리고 최근 가장 중요한 안보 쟁점인 북핵 문제 등 네 가지로 살펴 보았다.

첫째, 대북정책은 대북관과 평화정착 방안을 비교했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회의 '남북관계 정책검증'에서 다뤄진다.

둘째, 한미관계는 동맹체제에 대한 기본입장, 주한미군의 장래, 한미 갈등에 대한 시각을 비교했다. 셋째, 국방정책은 남북 군사력 균형에 대한 평가, 군비통제 및 군축에 대한 식견, 국방비 수준, 병역 및 복무기간, 안보기구 법제의 개혁방안 등을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는 각 후보가 보는 책임 당사자, 해결 방안 및 정책대안을 비교했다.

후보들이 네 분야에서 문제의 본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고심했는가, 즉 적극성, 참신성, 일관성 및 현실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보고자 했다. 끝으로 각 후보를 보수―진보 노선에 따라 비교하면서 총평을 내렸다.

■대북정책

네 후보 모두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관과 정책 방안의 차이가 부각됐다. 이 후보는 한반도 평화의 관건은 북에 있다고 보고 이른바 '상호주의'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노 후보는 햇볕정책을 국민적 합의로 뒷받침해 계승 발전시킬 것을 공언했다. 그는 경제와 군사를 아우르는 '포괄적 안보'를 강조하고, 이 후보의 상호주의에 맞서 '신뢰우선주의'를 내세웠다. 정 후보는 북의 변화와 개방의지를 인정하고 대화와 교류협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핵 위기 이후에는 북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자세이다. 가장 진취적인 권 후보는 남한이 선도하는 단계적인 남―북―미 군축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이 후보는 안보우선, 노 후보와 정 후보는 기능주의, 권 후보는 평화주의라고 볼 수 있다.

■한미관계

한미관계에서는 이·노·정 후보의 온건·보수 노선과 권 후보의 진보 노선이 대비된다. 이 후보는 "한미간 의견차가 있는 것 같으면 국민이 불안해 한다"면서 한미 공조를 주장했다. 노근리 사건, 매향리 사격장 문제 등 한미간 현안 해결에 있어서도 반미 감정을 크게 경계했다. 미 8군사령관도 반미 감정이 한미동맹의 '당연한 결과'라고 인정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진취적 자세가 부족하고 너무 친미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노 후보는 미국 내에 다양한 견해가 있기 때문에 설득을 통한 한미간 정책공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포괄적 안보론에 입각해 한국이 동북아 경제평화협력체를 창설·주도해야 한다는 의욕적 공약을 내걸었다. 남북의 화해협력을 동북아 지역협력 차원으로 확대하고 평화번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통일 이후 미군 주둔을 지지하고 동맹관계 개선이나 주한미군 현안에 대한 언급이 적은 것은 보수층의 눈치를 보는 인상을 준다. 정 후보도 대미 관계가 우리 외교의 핵심임을 인정하면서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일부 개정 등 한미 양국이 보다 동등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권 후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SOFA 개정,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한국의 자주·평등·평화 외교를 역설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국제연대를 강조하는 등 우리 현실에서는 급진적이고 반미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국방·군축정책분야

국방·군축 분야에서도 각 후보의 노선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앞의 세 후보간 차이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시각차다. 이 후보는 유지, 노 후보는 대체입법, 정 후보는 고무찬양죄 등 일부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군의 전력향상을 위한 GDP 3% 이상의 국방비를 주장했고, 대학생들의 편익을 고려해 현재보다 2개월 단축한 24개월의 군복무를 제시했다. 이·정 후보와 달리 남이 북에 비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우월하다고 보는 노 후보도 5일 향군회관의 안보강연에서 GDP 3% 이상의 국방비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병력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당분간 복무기간 단축 불가를 밝혀 현 수준의 병력 유지를 시사했다. 정 후보는 전세계 평균인 GDP의 4.1%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군의 점진적 질적 구조개선을 주장, 역시 병력감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복무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이 군비통제 및 군축의 원론적 입장에 머문 반면 권 후보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재래식 군사력이 우위인 남이 20만명 감군을 단행하고, 북의 감군과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유도한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공약은 복무기간 단축 외에는 마치 국방부 홍보책자를 그대로 인용한 듯한 인상을 준다. 한나라당에 안보 분야의 인재가 넘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창의적인 정책개발에 소홀한 점이 아쉽다. 한편 국방비나 병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노 후보와 민주당이 최근 들어 의외로 보수적 견해를 밝혔다. '주적' 개념도 군 내부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언명했다. 군부와 보수계층에 추파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후보는 다른 부문의 예산 절감을 통해 군비부담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이지만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권후보의 군축론은 우리 안보상황과 국민 의식으로 보아 더욱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을 가상적으로 삼고 대항하는 군비경쟁은 역부족이며 '새로운 안보체제'가 필요하다는 권 후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북핵사태

네 후보는 모두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진단과 처방은 다양하다. 이·정 후보는 북한에 전적으로 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노 후보는 미국에도 일부 원인제공 책임이 있다고 보았고, 권 후보는 북한과 미국 모두에 책임이 있으며 특히 미국의 압박정책이 주원인이라고 파악했다. 해결방법을 보면 북핵 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인 이 후보가 '선(先) 폐기 후(後) 협상'을 주장했고, 다른 후보들은 일방주의 해법에 반대하며 북미 일괄타결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우리의 대책으로 핵 문제와 대북 경협의 연계를 주장했다. 그런데 '법대로 하자'는 강경책은 외교안보 문제해결에 있어서는 신축성을 결여하게 되는 면이 있다. 한국의 정책 선택 폭을 스스로 좁히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 후보는 더욱 강경하게, 구체적으로 경제지원을 중단하자고 강조함으로써 스스로의 종래 입장과 상충되는 주장을 폈다. 노 후보는 대화 채널을 확보하고 파국을 막기 위해 교류 지속과 북일 수교교섭 재개를 주장했다. 문제해결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북미대화에 대한 한국의 참여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권 후보는 미국의 대북압박 철회와 남북 및 북미간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시했다. 그러나 장기적 해결책은 될 수 있어도 현 위기의 성격이나 미국의 정치상황을 보아 이를 위기 타개책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총평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 보면 대략 이 보수, 정 온건보수, 노 중도, 권 진보의 순으로 이념적 편차를 확인할 수 있다. 보수층을 주로 겨낭한 이 후보는 안보논리 위주의 단순명료한 정책을 제시했다. 공약(空約)이 적다는 강점을 지닌 반면, 참신성과 진취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그가 제시한 정책이 보다 확고한 안보와 평화를 가져다 줄 지는 미지수이다. 노 후보는 적극적으로 경제·군사를 포함한 포괄적 안보관을 역설하고 남북협력을 동북아 지역협력으로 확대 발전시키자는 의욕적 통합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자 하는 그의 자유주의적 비전은 경협과 군비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경제·안보 '병진책'이다.

정 후보는 사안에 따라 다분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실용주의적 인식을 보여주었다. 대북문제를 둘러싼 민주―한나라 정쟁에서 초연한 듯한 객관적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급격한 입장 선회와 일부 상충하는 주장, 그리고 원론적 발언 등으로 보아 그의 공약은 잽을 많이 날리면서도 결정적 펀치를 결여한 미완성작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들의 정책공약은 안보논리에 압도돼 한미관계와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평화에 치중했다.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가져야 할 장기적 전략 제시가 부족하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강국에 대한 외교와 개발도상국 외교, 통상외교에 대한 비전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정 후보에 비해 노 후보는 비교적 구체적인 동북아 협력의 비전을 제시했고, 권 후보는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해 가장 차별화된 시각을 제시했다. 권 후보의 진보적이고 평화지향적인 외교안보정책은 참신성과 일관성에서 가장 완성도는 높다. 그러나 역으로 그의 정책공약은 이상에 치우쳐 있어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 실현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민노당의 정책은 다른 기성 정당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하겠다.

함택영(咸澤英) ·서울대 정치학과졸·미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극동문제연구소 국제실장

■핫이슈/韓美관계 설정

외교안보 분야에서 차기 정부의 첫 과제는 한미관계의 설정 문제가 될 것이다.

물론 급박하게 당면한 시험대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주당 노무현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민노당 권영길 후보도 모두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을 폐기시키기 위한 각각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후보들은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원칙론에는 한 목소리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날카롭게 맞부딪치고 있다. 이 같은 편차의 근저에는 북한을 바라보는 후보들의 시각차와 함께 동맹국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엇갈림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03년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50주년을 맞게 된다. 한미동맹 반세기를 맞아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물론, 미국과의 안보동맹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 등을 상당부분 재정립해야할 시점에 놓여있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조지 W 부시 미 정부와의 관계설정은 이래저래 미묘한 국면을 맞고 있다.

우선 북 핵문제가 초래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이·정 후보는 '북한 책임론', 노 후보는 '미국 일부 원인 제공론' , 권 후보는 '북미 책임론'으로 갈리고 있다. 해법도 이 후보는 '선 폐기 후협상'이라는 미국의 단호한 입장에 동조, 북 핵 개발 계획 폐기를 위해 대북 지원 중단 등 경제 제재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정 후보도 북한의 핵 개발 시인을 협상용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노 후보는 섣불리 대북 제재에 나섰다가는 자칫 남북대화 통로가 막혀 한국이 배제된 채 전쟁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정 후보의 견해에 반대하고 있다. 권 후보는 미국의 대북 압박 철회, 북미간 불가침 조약 체결과 이를 위한 '북미간 일괄타결'을 제시해 사실상 북측의 주장을 두둔했다.

이러다 보니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권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후보는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하는 반면 노 후보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역설하면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쪽에 서 있다. 정 후보는 한미동맹을 외교의 우선순위로 꼽으면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내세워 실용적이고 중용적인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주요 후보들의 정책이 하나같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 문제와 한미 관계 등 우리 외교의 장기적 방향을 설정할 결정적 시기를 맞아 당파를 초월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한나라당

외교안보 분야 공약이 만들어지기까지 이회창 후보의 지근거리에서 수시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학계 원로 그룹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총장서리, 이상우(李相禹) 서강대 교수, 안병준(安秉俊) 연세대 교수 등이 기본 방향과 골격을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당내에서는 중국통인 이세기(李世基) 전 의원, 러시아통인 정재문(鄭在文) 전 의원, 미국통인 조웅규(曺雄奎) 의원이 한반도 주변 4강 정책 마련에 깊이 관여했다.

안보 정책과 공약은 이 후보의 정책 특보인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교수가 주로 다듬었다. 당 국가혁신위 통일외교안보위 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구본태(具本泰) 전 통일원 정책실장도 힘을 보탰다. 국방 분야에서는 4성 장군 출신인 박세환(朴世煥) 의원이 전·현직 장성들과의 밀착 네트워크를 가동, 구체적 정책 공약을 만들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공약은 외부 교수진의 도움이 컸다. 특히 노 후보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둔 뒤 구성한 '외교·안보·통일 정책팀'이 1년이상 이 분야의 정책을 연구해 온 공약의 산실이다. 외교·안보 문제를 전공한 중진학자 3,4명과 박사급 등 7,8명으로 구성된 정책팀의 구성원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거의 유일하게 공개된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가 간사로서 노 후보가 제시한 기조에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해왔다. 도쿄대, 하버드대에서 국제협력 분야 객원연구원을 지낸 배기찬(裵紀燦) 노 후보 경선정책팀장도 실무 차원의 역할을 맡았다.

또 외교가에 발이 넓은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분위기 변화에 따른 다양한 외교적 판단을 노 후보에게 훈수했고,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역임한 천용택(千容宅)의원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문희상(文喜相) 의원도 국방·안보 분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에게 외교·안보정책을 조언하는 중심적 인사로는 조남풍(趙南豊) 김진선(金鎭渲) 두 예비역 대장을 꼽을 수 있다. 조씨는 당 안보위원장으로서 국방 정책 작성 책임을 맡고 있고, 2군 사령관을 지낸 김진선 전비상기획위원장은 당무위원으로서 안보정책과 관련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안기부 북한정보국장과 주미 대사관 공사 등을 지낸 권민웅(權敏雄) 통일안보특보는 정보·안보 분야의 정책 대안 마련에 매달려 있다.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는 오래 전부터 정 후보와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외교 정책 자문에 응해 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석우(金錫禹)씨는 정책과 공약을 다듬는 작업을 해 왔다. 국제정치학 박사인 정 후보 스스로가 북핵 문제나 한미관계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정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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