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후에는 3루를 훔치지 마라.' 야구의 불문율중 하나이다. 하지만 불문율이 항상 만고불변일수는 없는 법. 특히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상대를 허를 찌르는 플레이하나로 분위기가 반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점에서 볼 때 꾀돌이 유지현(31·사진)은 LG를 수렁에서 건져낸 숨은 주역이었다. 8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 시리즈 5차전은 유지현의 발에 의해서 LG와 삼성의 희비가 엇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유지현은 이날 삼성과의 5차전에서 2안타, 1도루로 '톱타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줬다.유지현의 재치는 승부의 분수령에서 더욱 빛났다. 4―4 동점이던 6회말 2사후 호투하던 배영수로부터 2루타를 뽑아낸 유지현은 이종열타석때 상대 배터리의 의표를 찌르는 3루 도루를 감행했다. 횡사하면 공격의 맥을 끊는 이적행위로 이어질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노련한 유지현은 배영수의 투구폼을 빼았으며 3루에 안착했다.
상대투수 배영수와 삼성 내야진을 흔들려는 유지현의 의도는 그대로 맞아 떨어져 홈런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결승득점의 발판이 된 유지현의 도루하나가 승부의 추를 LG쪽으로 기울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데뷔 첫해 1994년 신인으로 전경기에 출장, 골든 글러브를 받는 등 김재현―서용빈과 함께 'LG의 신세대 3인방'으로 활약했던 유지현은 상대팀 투수와 내야수들이 가장 꺼려하는 선수이다. 타석에 들어서면 좀처럼 유인구에 속지않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질 뿐 아니라 출루한후에는 교묘한 심리전으로 상대투수와 내야진을 교란시키기 때문. 유지현은 올 한국시리즈에서 이 같은 장기를 유감없이 과시하며 LG에 2승을 안겼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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