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살인 피의자 사망사건을 조사했던 대검 감찰부가 물고문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물고문 여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이었으나 검찰은 그간 "물고문은 절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해왔다. 특히 숨진 조모(30)씨의 부검결과 "물고문 흔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6일 구속된 홍경영(洪景嶺) 전 검사의 영장에서도 전혀 언급이 없어 물고문설은 그대로 묻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검찰이 뒤늦게 '고해성사'를 하고 나서자 법조계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끝까지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검찰은 물고문이 있었던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모든 것을 한 점 의혹없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이런 태도에 대해 "검찰이 모든 의혹을 인정하고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만약 물고문설에 대해 적당히 묻고 갔다가 재판 과정 등에서 재점화해 '축소수사' 시비가 일 경우 검찰은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뇌부 동반사퇴와 담당검사 구속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이 허사가 됨은 물론 검찰의 위상 조차 뿌리 채 흔들릴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지금 '축소'나 '은폐'라는 말에 거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상태"라며 "서울지검에서 전날 초동수사 발표 상황을 해명하며 축소수사 시비를 차단하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국가인권위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을 상대로 이미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도 검찰의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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