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造船 저가수주 "진흙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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造船 저가수주 "진흙탕 경쟁"

입력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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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의 이전투구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업체의 저가수주에 대해 사상 처음 가격조정명령을 내릴 정도다. 해외언론이 이를 '헤비급 권투선수들의 격투'로 비유, 국제적 망신까지 당하고 있다.8일 문제의 독일 선사(함부르크 수드) 컨테이너선 6척 수주 건에 대해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대우는 산자부가 내린 조정명령대로 수주가격을 올려 1척당 5,800만달러에 모두 6척의 계약을 이날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우측은 '산자부 조정안은 근거와 정확성이 없다'며 이의신청을 내고, 추후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간 갈등이 업계-정부 갈등으로 비화한 양상이다.

당초 이번 수주 건은 9월 초 삼성측이 수주를 앞둔 상태에서 대우측이 저가로 뛰어들어 상황을 반전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밝힌 척당 공정가격은 6,000만달러선이나, 대우측은 5,700만달러를 제시했다. 대우측은 "경쟁력이 높은 대우가 삼성보다 저가수주하는 것은 당연하며, 독일 선사의 계약선 변경은 삼성의 잘못때문"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삼성이 두 달 전 비슷한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5,050만달러에 수주했다"면서 "삼성이 공연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측은 "저가 수주가 아닌것으로 정부 결론이 났다"며 이 같은 사실을 즉각 부인하고 "대우가 산자부 조사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유럽연합(EU)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선가하락 등으로 속이 곪고 있는 마당에 국내 업체간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저가수주 경쟁으로 수익률이 떨어져 수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리면에서 고전해왔다.

국내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는 이로 인해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국내업체간 공격적 저가 수주로 인해 2억달러를 넘던 선가는 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측은 "지금 선가는 향후 2∼3년 뒤에나 형성될 가격인데, 결국 과당 경쟁이 그만큼 마진폭을 줄여 놓았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발주량 감소도 이 같은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선박 수주량을 31억달러로 잡았으나 10월 현재 17억달러 수주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우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3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18억4,000만달러를, 삼성은 목표치 25억달러중 17억달러만을 수주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한 인사는 "세계 선박시장의 위축과 건조량 감소추세, 중국의 추격 등으로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저가경쟁은 해외 선사만 이득"이라고 말했다. 어느 회사가 가격을 낮게 치고 들어가면 선가가 계속 떨어져, 결국 제살 파먹기 경쟁이 된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는 "이번 문제에 정부가 개입함에 따라, 한국업체를 상대로 덤핑제소한 EU측에 대해 덤핑사실을 인정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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