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毛澤東)은 "동서남북,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곧 중국을 움직이는 실체가 바로 당의 최고 권력자들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최고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예정된 중국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16大)가 8일 시작하자 세계 언론이 베이징(北京)으로 몰려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국내에서도 16대에 맞춰 중국 최고 지도부의 면면을 보여주는 책들이 잇따라 나왔다. 이전의 중국 권력에 대한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21세기 중국 대륙을 이끌 이른바 제4세대 지도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베이징 특파원을 지내고 현재 중국시사문제 전문사이트 차이나워치를 운영하는 류동희씨의 '그들이 중국을 움직인다'는 16대에서 권력핵심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후진타오(胡錦濤)―쩡칭홍(曾慶紅)―원자바오(溫家寶)의 '신 트로이카'를 비롯한 제4세대의 중요인물과 책사, 이론가,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장쩌민(江澤民) 리펑(李鵬) 주룽지(朱鎔基) 등 제3세대 지도부까지가 그 대상이다.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이 '성공한 황태자'로 불리는 것은 일찌감치 차세대 지도자로 발탁됐으면서도 전혀 튀지 않는 행동으로 일관해 왔기에 가능했다. 그는 1992년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했을 때 49세로 7명의 상무위원 중 최연소였으며, 98년 공산정권 성립 이래 가장 젊은 54세의 나이로 국가 부주석에 올랐다.
책은 후진타오처럼 일찍 후계자로 부상했으나 이내 몰락하고 말았던 마오쩌둥 시대의 류사오치(劉少奇) 린뱌오(林彪),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후야오방(胡燿邦) 자오쯔양(趙紫陽)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았던 후진타오의 처세술이 오늘날 그가 있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후진타오가 티베트 독립시위 진압을 통해 강경파 이미지를 갖게 됨으로써 개혁파 후야오방의 인물이라는 정치적 족쇄로부터 풀려났으며, 보수파의 지지를 얻어 정치적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후진타오와 좋은 대조를 보이는 것은 쩡칭홍 전 중국 공산당 조직부장이다. 책은 후진타오보다 두 단계나 낮은 정치국 후보위원에 불과한 그가 후진타오에 버금가는 실력자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장쩌민의 제1의 책사로서 차오스(喬石), 양상쿤(楊尙昆) 실각의 숨은 주역이라는 정치적 이력과 공산주의청년단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후진타오에 맞서 친위세력을 모으고 있는 그의 행보 때문이다.
책은 이들 외에도 리창춘(李長春) 우방궈(吳邦國) 뤄간(羅幹) 리루이환(李瑞環) 우이(吳儀) 다이샹룽(戴相龍) 보시라이(薄熙來) 등을 차세대 지도자로 꼽는데 이들의 성장과정과 정치적 배경, 상호간의 협력과 갈등에 대한 입체적 접근을 시도해 '복잡계'에 가까운 중국 이너서클의 세계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점이 매력이다.
'21세기 중국을 움직이는 최고 권력자들'은 중국 공산당 중앙, 중앙정부 및 중앙 군사지도기관의 요직에 있는 지도자 79명을 조직별, 서열순으로 소개한 일종의 약력 사전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체포돼 1년간 투옥됐다가 지금은 미국 하버드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가오신(高新)이 10여 년 동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최고 권력자들의 개인생활, 가족관계, 인맥, 지연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것이 특징. 내용이 워낙 풍부해 짧은 전기(傳記)로도 손색이 없다. 가령 책에 소개된 쩡칭홍의 가족사를 예로 든다면, 도축업자였던 아버지 쩡산(曾山)은 공산화 뒤 내무부 부장 등 국무원 주요 부서의 장을 역임하지만 그의 아버지, 형, 형수, 남동생은 모두 국민당 감옥에서 옥사하는 비운의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 덩류진(鄧六金)은 장정(長征)에 참가한 27명의 홍군 중 한 명이어서 쩡칭홍이 정치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차이나스 리더스'는 앞서의 두 책보다 학술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저자 리 청은 해밀턴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중국계 학자로 미국 내에서 중국정치학 연구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책은 제4세대 지도자들을 다각도로 분석하는데, 정치제도적 측면보다는 그들의 비공식적인 연계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정치지도자들간의 갈등과 합의에 의해 정치권력의 변동이 이뤄지는 중국에서는 이들의 정치성향과 파이시(派系), 시(關係)를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제4세대 지도자들을 연령, 성별, 민족 등 인구통계적 특성이란 잣대로, 때로는 '칭화방(淸華幇)' '태자당(太子黨)' '상하이방' 등 학연과 지연에서 나온 파벌의 잣대로 분류하면서 권력이동을 명쾌하게 분석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제4세대 지도자 중 약 40%가 중국 동부지역 출신으로 특히 장쑤성(江蘇省)과 산둥성(山東省) 사람이 많다. 이는 장쑤성 출신의 장쩌민이 동향 동료들을 중용한 데 기인한다. 또 칭화대(淸華大) 출신인 칭화방의 약진이 두드러져 제4세대 지도자 중 후진타오와 우방궈 부총리 등 26명이 칭화대를 나왔다.
저자가 내다본 제4세대 지도자들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마오쩌둥, 덩샤오핑이 가졌던 독점적인 리더십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다극체제가 불가피하다. 문화대혁명 시기 하방을 경험했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출신의 4세대는 더 강한 책임감으로 중국의 문제를 처리할 것이며, 민주정치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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