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가 동백지구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을 무더기로 반려한 조치를 보면서 우리는 만시지탄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은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나 끝 모를 수도권 지역 난개발에 대한 경고와 제동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기대와 위안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용인시 당국의 승인 반려사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교통대책이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100만평 넓은 땅에 1만 6,600여가구를 수용할 택지개발 사업에 교통대책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인구 5만명이 넘는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우선 집부터 짓고 보자' 는 주먹구구 셈법이 어디 있는가.
토지개발공사 측은 기존 도로를 내년 중 확장하고, 분당과 동백지구를 잇는 고속화 도로 계획이 서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존도로 확장과 계획도로만으로 신도시 교통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백-분당간 고속화 도로 계획은 분당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성사가 불투명하다. 이 지역은 북수원 일대와 죽전 수지 구성 등 인근지역 난개발로 지금도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다.
이미 개발이 끝난 인근 지역과의 도시계획 상 연결성도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다. 학교와 치안문제, 상하수도와 가스 통신시설, 상가와 공원 같은 편익시설은 충분한지, 다각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제 우리도 먼저 생활여건을 확보한 뒤에 집을 짓는 여유를 가질 때가 되었다. 주택개발이 발등의 불처럼 화급한 과제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개발 제일주의 논리에 경도된 토지개발공사는 발상을 전환하고, 건설업자들도 수도권 난개발 공범혐의 대신, 새로운 주거문화 산파역 소임을 떠맡을 때가 되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