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중간선거의 잇단 승전보에 고무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일찌감치 축하 전화를 받은 당선자 중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재선에 성공한 동생 젭 부시 주지사와 하원의원에 당선한 캐서린 해리스 전 주 국무장관이 포함돼 있었다. 해리스는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 소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다. 부시의 첫 축하 전화가 플로리다주의 당선자들에게로 향한 것은 그만큼 그가 2년 전 검표 시비의 악몽에 시달려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미국의 언론들은 부시가 재임 첫 임기 중 상·하원 의석을 모두 늘리는 최초의 대통령이 됨으로써 '법선(法選) 대통령'의 오명을 씻고 2004년 대선 가도를 향해 줄달음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향후 대선에서 그의 적수가 될 만한 민주당의 톰 대슐 상원지도자나 리처드 게파트 하원지도자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것을 감안하면 부시의 이번 승리는 더욱 값져 보인다. 플로리다주에서의 압승은 2004년 대선의 재출마를 노리는 앨 고어 전 부통령에게도 치명타를 안겼다.
그러나 부시의 앞길에 파란등만 켜진 것은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은 부시에게 보상과 위험을 동시에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이번의 성공이 오히려 그의 재선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부시와 공화당은 향후 대내외 정책 추진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곧 정책의 오류에 대해 더 이상 민주당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당장 불확실한 경제 전망은 부시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워싱턴의 선거 전문가는 "경제회복이 더딜 경우 변덕스런 미국의 유권자들은 언제든지 부시에게서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민주당의 견제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최종 가결에 60명의 찬성이 필요한 상원 규정을 활용할 경우 얼마든지 공화당의 입법활동을 무력화할 수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 문제가 어렵게 꼬일 경우 그 책임도 부시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1991년 걸프전에서 승리하고도 재선에 실패했던 아버지 부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문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과제가 그 앞에 놓여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백악관은 그동안 민주당의 견제를 받았던 국내 현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데 총력을 쏟을 태세다.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날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레임덕 회기 동안 처리할 최우선 안건은 국토안전보장부 설치안, 테러보험법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화당은 다음 회기 시작과 동시에 10개년 세금감면안 알래스카 석유자원개발법안 처방전 약 보험정책 기업규제 해소와 빈민 건강보험 정비 등 안건을 처리하고, 고위법관에 대한 인준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이라크 전쟁 등 대외정책의 성공적 수행과 국내 문제의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국민들의 지속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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