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 감기는 고소한 에스프레소 향이 언뜻 커피전문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낳게 한다. 그런데 커피바에 앉아있는 여성들의 머리모양이 특이하다. 큼직한 퍼머기구로 말아놓았거나 막 샴푸를 끝냈는지 하얀 타월을 둘러쓰고 있다. 어, 미용실이잖아!이화여대 앞에 위치한 자쓰리미용실(ja3hair.co.kr)은 최근 매장 한쪽에 무료 에스프레소 커피바를 설치했다. 각종 커피를 비롯한 20여종의 음료를 구비하고 있는 이 곳은 고객을 위한 작은 쉼터. 퍼머중이던 정은지(21·대학생)씨는 "머리하는데 최소한 두세시간은 걸리는데 그 동안 카페에 온 기분으로 커피를 즐긴다"고 말했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미용실의 서비스 경쟁이 뜨겁다. 초고속 인터넷 설치는 기본이고 VIP라운지, 염색바, 야외 테라스 등 기존의 미용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공간이 미용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자쓰리미용실은 에스프레소 커피바 외에도 잠수함 실내를 옮겨놓은 듯한 이색 매장 인테리어로 시선을 즐겁게 한데 이어 12월에는 퍼머를 한 직후의 예쁜 모습을 찍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장내에 사진 스튜디오를 설치한다.
청담동에 있는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은 최근 산소열풍과 더불어 몇몇 스파에만 설치됐던 '산소 사우나실'을 열었다. 피부관리를 받는 고객들이 산소를 흡입하면서 몸의 불순물을 배출하는 효과를 거두도록 한 것으로 내국인은 물론 소문을 들은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이 곳은 또 사람대신 기계가 머리를 감기고 두피를 마사지하는 자동두발세정기를 도입, 볼거리도 제공한다. 미용실안에 '염색바'를 설치하는 미용실도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청담동 아쿠아, 부천 미오헤어 등이 대표적. '염색바'는 개성적인 머리색상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칵테일바처럼 즉석에서 염색약을 섞어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
미용실들의 특별한 변신은 미용실이 더 이상 외모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자쓰리미용실 김상규 대표는 "현재 서울에 약 2만여 개, 이대앞에만 200여개의 미용실이 난립해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특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미용실들의 변신노력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의 정샘물 원장도 "휴식공간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날로 높아져 미용실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라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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