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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똘똘이도 "가베"로 가르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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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똘똘이도 "가베"로 가르쳐볼까"

입력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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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베가 좋을까, 은물이 좋을까.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유아교육교구 '가베' 또는 '은물'신드롬이 불고 있다. 유아교육의 필수교재로 입소문이 나 관심을 쏟지만 수십 만원에서 백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 제품이라 구매에 앞서 망설이게 된다. 독일어로 '가베(gabe)', 일본식 한자표기로는 '은물(恩物)'인 이 교구의 원조는 170년 전 독일의 교육사상가이자 유치원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자신이 설립한 유치원에서 사용할 교육도구로 개발한 것. 국내에는 (주)한국프뢰벨이 1980년대 초 일본상표명인 '은물'이란 이름으로 도입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가베' 열풍이 불게 된 것은 한국프뢰벨의 15년간 독점판매권이 만료된 1998년부터 유아교구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가베'상품을 만들면서이다.

사실 가베는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방문교사 위주의 수업방식이 국내교육열기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적지 않다. 때문에 큰 돈을 지불할 만큼 아이들 교육에 효과적인지, 일시적인 유행상품에 지나지 않은지 의구심을 표시하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상지대 유아교육과에서 10년 이상 가베를 연구해 온 서석남 SFM프뢰벨몬테소리연구소 소장은 "가베는 창의성 교육과 논리성을 기르는 데 확실히 효과적"이라며 "개성을 존중하며 창의성을 강조하는 프뢰벨의 교육철학이 21세기의 교육이념과 맞아 떨어지는 것도 인기를 끄는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면, 선, 점으로만 구성된 가베는 이미 완성된 놀잇감과는 달리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면서 창의성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서 소장은 또 "가베는 1가베에서 10가베까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먼저 단순한 도형의 쌓고 무너뜨림을 통해 사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원리를 깨닫고 이를 통해 사물을 유추하는 능력이 발달된다는 것. 실제로 가베가 크기나 공간, 수에 대한 개념을 발달시키며 특히 평면을 입체로 볼 수 있는 공간지각력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7차 교육과정의 초등수학 수업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가베는 크게 두가지 이름으로 유통된다. 한국프뢰벨은 '은물'이란 이름으로, 기타 제품들은 '가베'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웅진이 '가베놀이마을'을, 한솔은 '신기한 창의나라 가베'를 만들고 있으며 독일에서 직수입한 슈필가베, 한아름, 테마가베등의 제품이 있다. 중소업체 제품까지 합하면 15∼20개 업체가 가베를 판매하는 셈.

가베는 1가베에서 10가베까지 구성은 동일하지만 보조교구로 만든 준가베나 재질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엄마들이 막상 구매를 원할 때 헷갈리기 쉽다. 은물과 가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위를 ㎝로 쓰느냐 인치로 쓰느냐다. 은물은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로 각 교구의 사이즈가 3, 6, 9㎝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가베'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인치단위로 2.35㎝가 기본이 된다. '은물' 교구가 타 교구에 비해 약간 크다.

최근 한국프뢰벨은 기존의 10은물과 준은물 2세트로 이루어진 '은물' 대신 은물의 재질과 색깔을 개선해 신은물과 보조교구 준은물 8종류를 개발했다. 원래 은물은 전체가 목재로 구성돼 있고 색깔도 1은물에만 있을 뿐인데 신은물은 부러지기 쉬운 7, 8은물을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색깔도 아이들의 미감발달을 도울 수 있도록 다채롭게 만들었다.

다른 '가베' 제품들은 대부분 10가베와 준가베 2종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가격은 제조업체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가베의 기본 구성은 동일하다. 다만 보조교구, 재질, 영업방식등에서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 "가베" 활용법

비싼 돈을 지불하고 가베를 구입해 놓고 한숨을 쉬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10단계별 나무조각으로 된 교구만 줄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지침은 붙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교구일수록 활용법에 따라 교육효과는 천양지차인 법.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면 비싼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프뢰벨등 가베제조업체들은 월 5만∼8만원을 받고 방문지도교사를 파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가베 방문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신청을 하고도 한참 기다려야 하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방문교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자사 제품을 구매한 경우에 한해 교사를 파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도움을 얻으려면 동영상으로 가베 활용법을 강의하는 곳을 찾아나설 만 하다. 인터넷육아정보사이트 맘스쿨(www.momschool.co.kr)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12주에 4만원으로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으며 가베아카데미(http://www.gabeacademy.com)는 월회비 3만원에 3개월 강좌를 실시한다. '한아름'이란 자체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커밍스쿨(http://www.comingschool.com)은 방문교사 파견외에 연회비 3만원에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게 했다.

한편 한국프뢰벨은 최근 캐나다의 프뢰벨 전문 사립학교인 프뢰벨교육센터와 자매결연을 맺고 아예 '은물학교'를 열었다. 은물수업과 함께 영어로 진행하는 은물수업이 있으며 보통 생후 40개월 이후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가 대상이다. 은물수업의 경우 1주에 1번 수업으로 10만원이며, 영어 은물 수업은 주2회 수업에 18만원이다.

한편 은물활용법을 책 '프뢰벨생명교육'(국민서관)으로 펴낸 서석남 SFM프뢰벨몬테소리연구소 소장은 "단계별로 교육해야 하며 여러 단계를 섞어 가르쳐서는 안된다"며 체계적인 가베 활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놀이를 통한 교육'을 강조하는 가베교육 프로그램들이 가베들을 섞어쓰거나 다양한 활용법을 내놓고 있지만, 지나친 응용은 가베가 원래 의도하는 체계적 학습에서 벗어난다는 것.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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