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배설물로 인한 민원이 계속되어온 데다 최근 일부 어린이놀이터와 공원에서 인체에 해로운 개 회충알이 발견되면서 전국의 공원들이 애완견의 출입을 규제하는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다.이와 관련, 환경단체 및 조경학자들은 공원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인만큼 출입제한 등의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견인들은 소수의 행복추구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두석(金斗錫·54) 녹색연합 시민의 모임 대표와 조은제(趙銀濟·44) 인방동물종합병원장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봤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찬성 /김두석 녹색친구들 대표
"모든 생명체는 자연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그 과정에는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다."
김두석 대표는 "자연의 혜택을 누리면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어야 하는데 애견인에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며 "시내 중심가에 있는 역사적인 공원에 애완견 출입을 제한하는 선진국과 같이 문화재 보존 가치가 있고 큰 규모의 공원에서는 시범적으로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애견인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운동 또는 산책을 목적으로 인근 공원에 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애견의 배설물 방치는 기생충 감염의 문제가 있고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체구가 큰 개가 목줄을 달지 않고 나타나 시민을 놀라게 하는 경우에는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애견문화가 선진화 되어 있어 공공장소에서는 목줄, 배변봉투 등 최소한의 장비를 소지하지만 우리나라 애견인들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한다"며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이 원해서 키우는 것이므로 사적인 공간에서 마음껏 사랑하는 것은 관계 없지만 일단 공적인 장소에서는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신도시에서 애견화장실을 갖추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낭비성 전시행정에 가깝다"며 "공원의 규모에 따라 등급별로 제한을 두고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실질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조은제 인방동물종합병원 원장
조은제 인방동물종합병원장은 "보건복지부 의약과에 등록된 바에 따르면 아직 우리 나라에는 개 회충알로 인한 인체 피해 사례가 없다"며 "애견인이 소수이지만 그들의 행복 추구권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공원출입을 전면통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조 원장은 "문제의 개 회충은 구충제 한 알로 구충이 가능하고 실제 대부분의 애완동물들이 한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구충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대신 버려진 동물이나 집을 나온 동물의 경우에는 보호관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러한 유기 동물에게 구충약을 먹이거나 동물보호소를 두어 적극적으로 보호·관찰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또 "애완견은 어린이에게는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알레르기성 질환과 천식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며 "사실 최근들어 공원출입 규제논의가 활발해진 이유는 배설물의 방치가 낳는 보건 위생문제보다는 공원을 산책하고 운동하는 시민에 주는 혐오감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핵가족 시대를 맞아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들이 '반려동물'로 키우면서 최근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만큼 규제만이 전부가 아니다"며 "공공장소에서의 주의사항을 팸플릿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캠페인을 통한 선진국 형 애견문화의 정착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각 지자체 출입요건 강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9월 아파트 단지 39곳, 어린이놀이터 및 공원 41곳에서 개 회충알을 검출했다. 배설물을 통해 나오는 개 회충알은 인체에 감염될 경우 시력장애, 복통,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서울시는 어린이공원 출입자제, 일반공원은 목줄과 입가리개, 배변봉투를 소지한 경우로 애완견의 출입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고, 경기 안양시는 중앙공원의 출입전면금지 여부를 놓고 공청회를 벌였다. 성남시는 지난 달부터 공공장소에서 배설물을 방치할 경우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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