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중간 선거가 실시된 5일 오전. 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페어힐 초등학교에 차려진 투표소. 출근길의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버지니아주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주지사를 선출하지 않는데다 현역 상원의원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돼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인 다른 주에 비하면 선거 열기가 시들한 편이다. 하지만 전국적 관심사인 연방의원 선출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 현안이 유권자들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 정부는 북버지니아 지역의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해 판매세 인상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재원 마련을 위해 모든 상품을 팔 때 부과하는 세금을 현행 4.5%에서 5%로 인상하려는 이 제안은 그 동안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른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투표 행렬이 지역 현안 문제에 쏟는 주민들의 이 같은 관심을 잘 말해주었다.
주 정부는 주민들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200만 달러 이상을 방송 광고 등 홍보에 쏟아 부었지만 환경보호론자, 개발반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투표장을 찾은 한 주민은 "세금인상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간 적이 언제 있었느냐"며 "결국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릴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같은 지역 현안들이 40개 주에서 202건이나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네바다주에서는 마리화나 흡연을 합법화하자는 안이,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소득세 철폐안이 주민들의 청원으로 제기돼 심판을 받았다.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대표자를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중요 현안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미국식 선거제도를 우리나라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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