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수능시험은 언어영역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비교적 적게 출제돼, 수험생들이 대체로 자신감을 갖고 문제를 풀었다.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 평가실장은 "올 수능에는 중·상위권 점수대에 수험생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이어 "중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과 학생부 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에 가중치가 걸려있는 특정영역에서 얼마나 점수를 땄느냐가 합격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언어영역
지난해에 이어 지문에 지도를 넣거나 '생명의 기원'에 대한 문제가 나오는 등 통합교과형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특히 교과서 외 지문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학생들이 다소 당황해 했다. 김충환(19·재수생)군은 "생소한 지문이 많았고 예로 나온 보기 또한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출제위원들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난이도를 2002학년도 수준을 유지하거나 그보다 약간 쉽게 출제했으며, 참신한 문제도 다수 냈다"고 밝혀 시험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중앙교육 송준상(宋峻尙) 국어팀장은 "어휘력 측정문제가 많았고, 질문과 보기에도 어려운 용어가 많아, 어휘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리영역
수능 기출문제와 교과서 문제 형식을 활용한 문제가 많아 풀기 어렵지 않았다는 평이다. 다만 여러가지 조건을 주고 정오를 판별하는 형식의 문제가 다수 출제돼 실수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하위권의 경우 약간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고, 상위권은 실수를 많이 했다면 전체 점수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를 살펴본 김명식(金明植·구정고 수학담당) 교사는 "전반부 10문제 가량은 점수를 주기 위한 문제였다"며 "마지막 표준편차를 구하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어려운 문제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출제위원들도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능력을 평가하는데 강조점을 둔 반면 복잡한 계산문항은 가급적 제외했다"고 밝혔다.
■사회탐구·과학탐구
사회탐구의 경우 난이도가 조금 높아졌다. 통합교과 문제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대신 통합단원적인 문제가 늘었다. 특히 교과서 외의 그림과 그래프가 지난해에 비해 2,3문제 더 출제 돼 일부 수험생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아파트 값 변동'이나 '대선 관련 법과 선거'를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는 등 시사 문제도 많았다.
과학탐구는 9월 모의고사에 나왔던 유형과 같은 수준의 문제가 많았다. 일상생활 응용문제는 9개로 지난해와 비슷했고, 자료분석 문제가 8문제로 지난해보다 많았다. 화학장치를 꾸미는 문제 등 실험설계와 탐구과정에 관련된 문제가 다수 출제돼 눈길을 끌었다.
■외국어 영역
외국어 영역을 치르고 난 후 수험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듣기지문 속도가 모의고사보다 느리고 발음도 또박또박해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법문제는 2개 출제됐는데, 그 중 관계대명사와 선행사에 관련된 문제는 많은 학생이 실수를 했다. 몸동작(Body Language)과 관련된 그림을 제시한 문항 등 새로운 형식의 문제도 출제됐다. 정일학원 신영(申榮) 평가이사는 "특별히 어려운 문제는 없었으나, 지문이 길어 일부 학생들은 시간부족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2외국어 영역
지난해와 달리 눈치로 맞힐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고, 대화나 지문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는 풀기 어려웠다. 러시아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 3,4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용적 대화가 많이 출제됐으며, 안내문 지도 도로표지판 등 시각물을 이용한 문항이 많았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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