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배경 알 수 없음. '감축 드리옵니다' 등의 옛 어투 없음. 호쾌한 와이어 액션 있음.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황금 콤비의 SBS 사극 '대망'의 촬영 현장(사진)인 충북 제천 청풍문화단지. "조선 최고의 비법서입니다"라며 보부상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박재영(장 혁)이 담배재배 비법서를 들고 서 있다. 목도리와 손가락을 내놓은 장갑 등 옷차림 역시 개량 한복도 전통 한복도 아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말투도 구어체다. 김종학 PD는 "자꾸 대사가 빨라져"하더니 "한 톤을 높이라"고 주문을 한다.
'대망'의 12부 촬영 장면이다. 카메라 3대를 동원해 잡은 화면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장 혁의 뒤로 늘어서 있는 94채의 독특한 양식의 가옥들이 모여 있는 메인 세트는 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대망'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육의전과 난전 등의 상가를 비롯해 소가죽을 널어놓은 갖바치와 백정들의 부락도 꽤나 실감이 난다. 회당 음식 소품비만 200만원을 쓰고, 매번 아스팔트 위에 진흙을 깔 정도로 공을 들였다. 세트 건립 비용만 20억원이다.
"화면의 긴장감 조성을 위해 수직으로 솟는 느낌을 주었다"는 임순원 미술감독의 말대로, 메인 세트의 건물들은 비탈진 길 위에 서 있다. 화면에서 거리가 넓어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보기 힘든 2층으로 된 건물과 수상 가옥도 눈에 띈다. "2층으로 올린 까닭은 무협장면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상가옥은 칼잡이 이수(박정학)와 박시영(한재혁) 그리고 자객들이 물보라를 튀기며 와이어 액션을 펼친 곳이다.
'대망'의 첫 주 시청률은 27.7%. '모래시계' 열풍이 다시 불 듯했다. 그러나 송지나 작가의 지적이면서도 맛나는 대사들, 스펙타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김종학 PD의 화려한 연출이 결합했음에도 아직은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망'의 지난 주 시청률은 22.2%(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초반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나 김종학 PD는 "정체불명의 퓨전 사극이 아직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이지만, 과거의 드라마 형식과 계속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대망'이 결국은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천=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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