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살인 피의자 사망사건의 주임검사인 서울지검 홍경영(洪景嶺) 검사가 구속되면서 검찰 내부가 또 다시 깊은 충격에 빠졌다. 홍 검사는 검찰사상 수사와 관련된 독직(瀆職) 행위로 구속된 첫 사례여서 체감 충격강도는 오히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 때보다도 훨씬 커 보인다.가혹행위로 인한 현직검사의 구속은 기존의 수사관행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직폭력이나 마약범죄 등의 1차 수사는 경찰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검찰 역할'에 대한 재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내부 반응
검찰 내에선 홍 검사에 대해 일부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검찰 수사관행을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중견검사는 "일선 동기들과의 얘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며 "'수사관행에서 벌어진 실수'라는 의견도 있으나 그런 관행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지검의 소장검사도 "피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손이 먼저 올라가는 유혹에 한번 쯤은 빠진다"며 "이번 사건은 검사들이 이런 유혹에서 단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대에 오른 검찰
홍 검사에 대한 사법처리를 계기로 엄격한 증거위주의 수사 원칙과 함께 과학적 수사기법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간부급 검사는 "과연 검찰이 과학수사에 얼마나 많이 투자했고 강력수사에 이를 얼마나 활용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개인적 생각이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관한한 거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홍 검사의 구속이 당장은 교묘해지고 악성화하는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응력을 약화시키리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조폭들의 범죄라는 게 과학수사 기법을 사용해서 밝혀낼 수 있는 성질도 아니지 않느냐"고 막막해 했다. 특수부 출신 검사는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피의자들의 자세는 더욱 고압적으로 되고 조사기관은 위축될 것이 뻔하다"고 짚었다.
한편 재야 법조계에서는 증거위주의 수사관행을 확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고문방지 특별법' 제정과 조사시 변호사의 입회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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