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상품의 국내시장 잠식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수입 가전제품의 점유율은 이미 20%선을 돌파했고, 유류제품은 9%, 외제 자동차는 1%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가전 제품의 경우 일본산이 20%를 차지한 가운데 저가의 중국산까지 범람하고 있다. 캠코더는 아예 국내시장의 40%가 외국산에 넘어갔다. 컬러TV 역시 외국산 제품의 비중이 11%에 육박한다.정유업계의 수입제품 점유율은 지난해 4∼5%에 불과했으나, 연내 1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수입도 크게 늘었다. 올들어 9월까지 신규 등록된 수입차(승용·승합·화물차 포함)는 지난해보다 83%나 증가한 1만3,482대였다. 수입 승용차가 전체 승용차의 1%를 넘어선 것이다.
무역 자유화시대에 외제품이 많이 들어온다고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역 상대국들의 통상 압력이 날로 거세지는 만큼 수입 상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통상마찰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 잠식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덤핑공세와 무차별 마케팅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해, 자칫 국내 산업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무역역조다. 대일 무역적자는 9월 말 이미 100억달러를 넘었다. 연말엔 130억달러를 넘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입품이 넘쳐나는데도 정작 산업생산을 위해 필요한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은 오히려 감소한 것도 문제다. 자본재 수입은 줄어드는데 소비재 수입만 기형적으로 늘면, 경기 부진은 장기화하고 성장잠재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경상수지에 적신호가 켜진 마당에 수입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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